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목적으로 다가온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탄핵으로 단명하게 된 국가 지도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어느 대선 때보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 29일 치러진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19.58%)를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D-데이'가 가까워 오면서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도 과열되고 있다. '선을 넘었다' 싶은 상대 후보의 발언에는 일말의 자비 없이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적의 치부를 들춰내 흠집을 내는 게 표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인식은 시대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듯하다.
유권자들의 도파민을 터트려줄 자극적인 언어들에 가려 있기는 하지만 일부 전선(戰線)에서는 공약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당선 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 시킬 방안을 분야별로 세분화 해 홈페이지 등에 공표하고 있다. TV토론회와 유세 현장 등에서도 육성으로 설파하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실종됐다는 일부 언론들의 지적은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인 경제 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후보와 캠프에서 고심한 흔적이 묻어난다. 미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AI(인공지능)를 필두로 반도체, K-방산, 조선업 등 국가 주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두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증시 활성화에 대한 의지도 적잖다는 점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국내 자본시장을 한 계단 성장시키기 위한 땔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허용과 배당소득세 세제 개편 등으로 투자 활성화의 기반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시세 조정 세력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 재추진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는 2000 중반대에 머물러 있는 현재 코스피 지수의 2배에 달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코스피 5000 달성에 회의 섞인 시선을 보내는 쪽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미국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 활황의 불씨를 지피기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피 5000 달성을 선거 때마다 나오는 '아니면 말고'식 공약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이전 정부에서 관세 전쟁에 버금가는 위기 국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증시 성장을 일궈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불어닥친 2020년 3월 1400포인트대로 하락한 코스피는 '동학개미'들의 활약에 힘입어 이듬해 6월 3300포인트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문재인 정부 보다 앞선 김대정 정부(1998년~2003년) 때도 2배 이상 뛰었고, 노무현 정부(2003년~2008년)에서는 출범 초기 620에서 임기 말에 2000을 돌파했다. 증시 100% 성장이 결코 허황된 얘기가 아님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증시 부양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저변을 넓히자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시장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주식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은 정파와 이념을 넘어서는 공통의 과제다. '나 살고 너 죽자'라는 기세로 상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대선판에서 경제 공약은 비교적 네거티브 공세가 덜한 점도 이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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