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개인 투자자와 근로자, 입점 소상공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선이 몰렸지만 구체적인 회생계획안 없이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하는 자리에 그쳤다.
홈플러스는 이달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1일 만인 14일 홈플러스 강서점 본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홈플러스 공동대표이면서 회사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광일 대표가 참석해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킬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먼저 발언을 시작한 조주연 홈플러스 각자대표는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 겪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상거래채권은 전날까지 3400억원이 상환 완료됐고 같은 날 기준 가용현금은 1600억원으로 집계됐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이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내준 덕분에 정상영업이 가능했고 최근 진행한 '홈플런' 할인행사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금융채권에 대한 면제는 미뤄졌지만 물품 납품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지불하는 게 가능해졌다고도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앞서 회생법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물품·용역대금 3457억원과 올해 1∼2월 점포 임차인(테넌트)에 대한 정산 대금 1127억원 등 모두 4584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라는 승인을 받았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할인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난 3~9일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를 찾은 고객 수는 5% 늘어났다.
조 대표는 이어 "완전 정상화와 회복까지는 양해와 도움이 절실하다"며 "소상공인에 대한 상거래채권을 먼저 변제하는 것에 대해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를 바란다"며 "회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면서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어떤 분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다만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공개된 사실들이었다. 이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홈플러스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구체적인 경쟁력 회복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원론적인 내용을 되풀이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광일 공동대표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하향되기 3일 전까지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뒤 곧바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사전에 준비한 것은 없었다. 신용등급 발표 이후 긴급하게 검토해 신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카드대금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단채(ABSTB)으로 인해 개인투자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은 안타깝지만 증권사가 카드사의 매출 채권을 사서 유동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선 관여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경쟁사처럼 인력 구조조정이나 일부 사업 매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경우 매각을 검토했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중단됐다"며 "회생철자는 채권자들이 변제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김광일 공동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 건 그가 단순히 홈플러스 경영자가 아닌 최대주주인 MBK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투자 상품은 판매를 진행한 증권사에게 있고 근본적인 자구책은 회생절차가 개시되며 단독 결정이 불가능해졌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됐다.
김 공동대표는 "회생절차는 기본적으로 주주권리가 약하게 보호되는 절차"라며 "주주권리를 법원의 운명에 맡긴 것이라 채권자 권리가 우선시된다"고 했지만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경영을 계속하면서도 회생계획을 직접 짤 수 있도록 외부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고 김 공동대표와 조 대표를 회생계획안 제출을 담당하는 관리인으로 지정했다.
특히 홈플러스발 리스크는 유통업계를 넘어 투자·금융·부동산시장, 소상공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자구책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간담회가 진행된 이날에도 홈플러스 본사 앞에선 금융채권으로 인정돼 변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전단채피해자들의 피켓시위가 계속됐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는 정상화에 대한 회사의 의지 그리고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회생계획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현재 단계에선 밝히는 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법원 채권자 목록 등을 제출한 뒤 오는 6월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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