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지원을 위해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힌 가운데 출연 규모와 시기, 방식 등 세부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이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자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선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으로 범위를 좁힌 만큼 1000억원대 규모의 직접 증여, 채권 매수 등 방식이 거론된다.

MBK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홈플러스가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을 마련하는 데 김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통상 사모펀드(PEF) 업무집행사원(GP)으로 선정된 하우스에서 투자 실패가 일어났을 경우 투자금을 손실 처리하는 수준에서 정리하기 때문이다. GP 하우스 대표를 비롯해 운용 책임자 등이 사재를 내놓는 경우는 없었다. 

GP 입장에선 투자금을 손실 처리하는 것 자체가 뼈아프다. 운용사출자금(GP 커밋) 규모는 LP와 비교해 적은 편이지만 자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 적은 금액에도 큰 피해를 입는다. 더 무서운 건 투자 실패가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 LP들 사이에서 평판이 훼손되고 향후 펀딩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제 MBK는 영화엔지니어링, 딜라이브, 네파 등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에 대해 사재를 출연하는 경우가 없었다. MBK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딜라이브의 경우에도 투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을 뿐 더 이상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이 사재 출연을 결심한 건 국내 여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가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노동계와 유통계 등이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여기에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사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는 김 회장이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 지원을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출연 규모는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납품 업체와 입점 업체에 매달 지급하는 대금 3500억원 중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금액이 1000억원대인 만큼 최소한 이를 넘어서는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금 출연 방식에도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홈플러스에 직접 증여하는 방식이다. 통상 기업에게 증여가 이뤄질 경우 수증자에게 증여세 의무가 부과되는데 홈플러스의 경우엔 결손금이 2023년 말 기준 5179억원에 달해 법인세는 전액 차감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홈플러스에 밀어넣는 방식도 있다. 이럴 경우 MBK는 앞으로 홈플러스 살리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생긴다. 차후 홈플러스가 정상화되고 김 회장의 채권을 다시 사들이면 출연했던 자금을 다시 회수할 수 있다.

출연 시기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이 주식, 채권 등 자신의 재산을 현금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