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실상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보험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 부회장은 자본건전성 강화, 수익성 개선 등 한화생명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화그룹이 경영 승계 작업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여 부회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에서 벌써 10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임기는 2년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여 부회장은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2019년 3월 한화생명 대표에 오른 여 부회장은 2년 임기를 보낸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2023년 3월 임기 2년을 더 부여받았으며 같은 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임기 초반 차남규 전 부회장과 회사를 함께 이끌었는데 2020년부터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한화생명 이사회는 여 부회장을 후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현재 대표이사로서 공정한 이사회 운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금융사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가치 중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6년 전 여 부회장은 실적 개선, 보험 포트폴리오 재편, 영업채널 변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대비 등 과제를 안고 한화생명 대표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영업환경 악화 등을 고려하면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 부회장은 실적 개선을 위해 보험사업에서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꾸준히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에서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6.1%에서 2024년 80.1%로 높아졌다.
2018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신계약 APE는 1조6880억원에서 3조8560억원으로 128.4% 증가했다. 보장성 APE는 같은 기간 9470억원에서 3조1230억원으로 229.8% 늘었다. APE는 월납, 분기납, 일시납 등의 보험계약을 1년 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제판분리(보험상품 판매와 제조 분리) 안착도 여 부회장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전속 판매조직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한화금융서비스를 출범했다. 2023년 1월에는 피플라이프 인수 등을 통해 GA(법인보험대리점) 시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여 부회장이 거둔 성과가 작지 않지만 아직 남아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등으로 보험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본건전성 관리 등에도 신경을 쏟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 K-ICS)은 165%로 1년 전보다 18.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업계 '톱3'로 함께 묶이는 삼성생명(180%대 중반), 교보생명(2024년 3분기 기준 170%)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한화그룹의 승계에서 여 부회장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화생명 자체가 그룹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며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손익 규모나 업계 위상 등 측면에서도 그룹 내 존재감이 남다르다.
당초 여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에 오를 때 업계 일각에선 김 회장이 경영 승계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승계를 위한 멘토 역할까지 고려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전에 여 부회장과 김 사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함께 근무한 적도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각 에너지·제조업 전반, 금융, 유통 부문을 나눠 승계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생명에서는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디지털, 글로벌 등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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