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계의 큰 그림은 두가지다. 실질적인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안정적인 승계와 핵심 사업인 '방산·에너지' 중심의 그룹 재편이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최근 그룹 재편이 빨라지는 것도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향후 한화의 계열사 정리와 합병을 통한 승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그룹 실질적인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이 공들여온 주요 계열사의 매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에너지 사업의 부진이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저가수주 물량을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중심의 선박 건조로 매출이 50% 가까이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2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계열사 중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던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역성장했다. 태양광 패널 재고소진이 예상보다 더디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재무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티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방산, 조선, 에너지 사업에 중점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한화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김 부회장이 공들이는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솔루션으로 볼 수 있다. 각사 발표한 잠정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눈길을 끄는 성장은 단연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매출은 10조7760억원,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의 흑자다. 장기 불황에 따른 저가수주와 미인도 물량을 털어내고 비로소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매출이 잡히기 시작했다.
국내 조선 빅3 중에선 연간 흑전이 가장 늦었지만 앞으로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올해 6301억원, 2026년 9668억원으로 예상된다. 같은기간 매출도 11조9370억원, 12조9269억원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운다.
8조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에도 HD현대중공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례가 없는 공동개발이 이뤄질지,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의 수의계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 보수·수리·정비(MRO)사업 등 특수선 사업을 키울 계획이라 KDDX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11조2462억원, 영업이익은 1조7247억원으로 각각 43%, 190% 증가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상방산 부문에서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주요 무기체계의 수출 및 국내 납품 물량 증가 덕분이다. 매출은 2021년만 해도 역성장을 보였다가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의 경우 매출 2조8037억원, 영업이익 2193억원으로 각각 14.3%, 78.9%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로 '방산→조선'으로 이뤄지는 수직계열화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향후 김 부회장이 '초격차'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한화그룹을 키우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지상 방산 포트폴리오에서 조선해양 사업을 추가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 부회장이 키우는 계열사 중 매출이 줄어든 곳은 한화솔루션이었다. 태양광과 케미칼 사업이 동시에 부진한 여파다. 지난해 매출은 6.7% 감소한 12조3940억원이며 영업손실은 300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만 2575억원의 손실을 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023년 매출 6조625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 지난해 5조7658억원으로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의 또다른 축인 케미칼 부문도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5.5% 줄어든 4조8172억원, 영업손실은 1213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니 재무부담이 우려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태양광 통합 밸류체인 솔라허브 프로젝트로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사업 초기부터 김 부회장의 주도로 키웠고 투자 규모도 3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3분기 43.3%로 2023년 말 39%에서 4.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28%), 한화오션(30.3%)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로 평가한다.
문제는 당장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는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에 대해 올해 상저하고(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향후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사업인 만큼 김 부회장도 에너지 사업의 반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상반기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겠지만 하반기는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 등을 통해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올해는 솔라허브 투자로 차입금이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투자비가 줄면 차입금의존도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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