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계의 큰 그림은 두가지다. 실질적인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안정적인 승계와 핵심 사업인 '방산·에너지' 중심의 그룹 재편이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최근 그룹 재편이 빨라지는 것도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향후 한화의 계열사 정리와 합병을 통한 승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지난해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기업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크게 확장하면서 김동원 사장의 '종합 금융그룹'의 청사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시장 개척 측면에서 의미가 작지 않지만 실제 투자 성과가 어떨지는 앞으로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는 만큼 김 사장의 경영 능력도 재평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원 사장의 경영승계 시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한화생명에서만 10년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은행산업 진출을 통해 향후 한화그룹 금융부문 계열사를 이끄는데 힘이 실릴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인수가 이르면 4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25일 열리는 노부은행 주주총회에서 한화생명 지분 매각 안건이 통과되면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만 남게 된다.
노부은행 지분 인수 절차가 무사히 끝나면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 첫 사례를 남기게 된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서 자회사 소유를 승인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들어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 한화그룹 금융계열이 특히 공을 들이는 곳이다. 이미 한화생명은 현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지분을 인수했고 한화생명의 손자회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칩타다나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 운용사, 은행, 보험업 모두 지분을 보유하며 '종합 금융그룹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3년 한화손해보험과 리포그룹의 자회사 리포종합보험의 지분 62.6%를 인수했는데 최근 보유하고 있던 지분 46.6%를 한화손해보험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한화손해보험이 리포손해보험 지분 61.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생명은 노부은행 지분 인수 등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성과 내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노부은행은 한화생명의 지분 투자로 자본력과 디지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한화생명은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 성과가 하나둘 가시화하면 경영 승계에서 김 사장의 입지도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 초기부터 김 사장의 역할이 강조됐던 만큼 앞으로의 성과는 모두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사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23년 2월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한화생명의 해외 진출, 해외부동산투자 등 해외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노부은행 지분 인수 건만 해도 실제로 김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월 노부은행 지분 인수 소식을 알리며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김 사장이 리포그룹 존 리아디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가 이번 계약의 초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김 사장은 예일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기도 하고 다년간 다보스포럼 등 국제행사에 참석해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다보스포럼만 보면 2016년 처음 참석한 뒤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된 때를 빼고 행사장을 찾지 않은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미국, 베트남 등에서 한화생명이 거둘 성과에도 시선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은 김 사장 주도로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했다. 베트남은 김 사장이 이전 상무일 때도 아버지 김 회장과 직접 방문하는 등 신경을 쏟았던 곳이다.
1985년에 태어나 올해로 만 39세가 된 김 사장은 2014년 한화L&C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5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디지털혁신실, 미래혁신부 등에서 근무했다. 2019년 8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올랐고 2023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선임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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