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1일 ㈜한화 지분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김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지분 증여를 비롯 경영승계에 계획된 바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으나 김 회장이 갑작스럽게 보유 지분의 일부를 세 아들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최근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조6000억원 유상증자 추진 등의 행보가 그룹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31일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김동관·동원·동선 세 아들에게 지분 11.32%를 증여하기로 결정한 배경으로 "김승연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며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영 자문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을 계속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김 회장이 앞으로도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당장 장남인 김 부회장의 직위 변동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김 부회장을 비롯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모두 당분간 직위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줄곧 경영권 승계, 계열분리 가능성을 부인했다가 돌연 김 회장의 지분 증여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배경에 주목된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과 3남이 지분을 고루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 IPO가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불식시키고 3조6000억원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을 앞세워 유증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유증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반발했다. 특히 유증 발표에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사들인 점도 소액주주의 불만을 샀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동원·동선 세 아들이 각각 50%, 25%, 25%씩 100%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한화임팩트의 지분 52%도 한화에너지가 들고 있다. 두 회사가 가진 한화오션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몰아주면서 총수 일가 회사가 대규모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화에너지가 IPO를 추진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한화그룹은 관련 의혹에 대해 모두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일부에서는 이를 승계와 연관시키는 억측과 왜곡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액 주주들이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번 지분 증여로 승계가 완료됨에 따라 시급하고 절실한 대규모 해외 투자 목적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승계와 연결시키는 억측과 왜곡은 불식될 것"이라며 "한화그룹은 승계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등 국가적 차세대 핵심사업에 집중해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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