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산업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케이비국민카드
MBK, '딜라이브‧홈플' 경영실패 같지만 전략 달랐다
김규희 기자
2025.03.13 10:02:12
인수금융 이자부담 '학습효과' 있었지만 차입상환 매몰돼 재투자 미흡 '풀썩'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5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서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과거 포트폴리오 기업 '딜라이브'(옛 씨앤앰)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조원의 인수금융 탓에 경영실패로 끝이 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전략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딜라이브는 인수금융을 갚지 않아서, 홈플러스는 인수금융을 너무 많이 갚아서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 투자실패 대표 사례.jpg

◆ 딜라이브, 인수금융 2.2조 이자만 갚다 '와르르'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는 MBK 투자 역사상 손꼽히는 경영실패 사례다. MBK는 지난 2008년 맥쿼리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자본금 9000억원, 인수금융 1조4000억원 등 2조3000억원(MBK 몫 1조4600억원)을 들여 딜라이브를 인수했다. 이후 강남케이블방송을 3800억원에 추가로 매입해 딜라이브로 합병, 덩치를 키웠다.


MBK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 금융비용이 늘면서 재무상태가 흔들렸다. 매년 16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이 딜라이브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던 2012년 인수금융 만기가 다가왔고 MBK는 리파이낸싱을 결정,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문제는 금융비용이 더 커졌다는 데에 있었다. 이전까지 1조4000억원 수준이던 인수금융 규모는 리파이낸싱을 거치면서 2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인수 직후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지급한 이자총액을 합하면 1조원을 넘겼다.

관련기사 more
내년 9월까지 회생절차 마침표 찍는다 '20년 파트너십' 국민연금-MBK, 불편한 기류 확산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 상거래채권 인정 요구 자산유동화 전략에 결국 발목

시간이 흘러 2016년 위기가 또 찾아왔다. 인수금융 만기가 다시 도래했기 때문이다. MBK는 더 이상 금융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에 손을 내밀며 위기 극복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처음엔 손사래를 쳤지만 딜라이브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채무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딜라이브 채무 8000억원의 출자전환을 동의하고 딜라이브 지분 20%를 떠안았다. 또 96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제공해 잔여 차입금 7000억원을 차환토록 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딜라이브 전환사채를 매입하도록 했다. 딜라이브 차입금 규모는 6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줄었다.


그럼에도 딜라이브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금융비용은 줄어들었지만 실적이 고꾸라졌다. 인터넷TV(IPTV)에 주도권을 뺏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2020년 채권단은 또 한 차례 딜라이브 부담을 떠안았다. 인수금융 잔액 중에서 약 1조원을 영구채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4000억원에 대한 만기도 2022년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채권단은 딜라이브 채무를 자본으로 바꾸며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었지만 투자금 회수에는 요원한 상황이다. 딜라이브 밸류에이션이 1조원을 훨씬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딜라이브가 대표적인 '인수금융의 저주' 사례라는 얘기가 나온다. 케이블TV 사업자로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이었지만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재무구조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채권단 평가도 마찬가지다. MBK가 무리하게 인수금융을 일으킨 탓에 기업을 위기에 빠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딜라이브 채권단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경영권을 넘겨받고 채권단 모두가 깜짝 놀랐다. 재무제표를 확인해 봤더니 곳간이 텅텅 비어 있었다"며 "벌어들이는 수익이 모두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갔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이 없으니 사업이 잘될 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제공=뉴스1)

◆ 홈플러스 차입상환 집중했지만…투자재원 없어 '수렁'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도 MBK의 대표 경영실패 사례다. 인수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하면서 딜라이브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다. 다만 인수금융을 접하는 MBK의 전략은 달랐다.


MBK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펀드에서 2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를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4조7000억원 중 2조7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7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조달했다.


3조원에 육박하는 인수금융을 일으킨 MBK는 과거 딜라이브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략을 세웠다. 딜라이브가 인수금융 이자로 무너졌으니 인수금융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이에 MBK는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했다. 점포 20여개를 매각해 약 4조원을 현금화했고 이를 전부 차입금 상환 등에 투입했다. 이후에도 대형마트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과 추가 부동산 매각 자금으로 꾸준히 인수금융을 갚아나갔고 결국 지난해 3월께엔 인수금융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이자비용을 줄인다는 기존 전략은 성공했지만 여기에 중대한 맹점이 있었다. 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다 보니 온‧오프라인 시설투자 등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을 재원이 부족했던 것이다.


유통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동안 경영진 시선이 차입금 상환에 매몰되어 경쟁력 제고에 나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코로나19가 확산 이후인 2021년부터 7조원이 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335억원,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흐름을 유지했다. 2024년에도 3분기 누적 15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뒤늦게 신선식품에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가 있다고 보고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였지만 하락 국면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업계는 MBK가 과거 딜라이브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차입금 상환에 집중했지만 되려 재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이번 사달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는데 시설투자 등 자금 마련에 미흡해 이를 대비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와 홈플러스 모두 인수금융에 발목을 잡혔다. MBK가 서로 다른 전략을 가져갔는데 결국 중장기 경쟁력 확보라는 핵심을 놓쳐 큰 대가를 치른 것"며 "PE업계가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한화손해보험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딜사이트S 전문가와 함께
Infographic News
IPO 수요예측 vs 청약경쟁률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