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이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지 불과 하루 만에 MBK파트너스 측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넘게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먼저 대타협을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에 대화 의지를 드러내며 사업경영과 이사회를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19명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에 MBK파트너스 측 인사가 진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상호 소통을 통해 이를 MBK파트너스에게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MBK파트너스와 현 경영진이 공통의 목표, 즉 고려아연의 발전을 토대로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 대한 고려아연의 태도가 급변했다. 박 사장은 MBK파트너스를 '명성에 걸맞은 명망 있는 사모펀드'라고 일컬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지난해 9월 기습적인 공개매수를 발표한 후 줄곧 날을 세우던 고려아연이 이제는 대화의 의지를 어필한 것이다.
바로 전날 임시주총을 통해 상황을 반전 시킨 고려아연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 주목된다. 그간 고려아연은 지분율 열세, 2조6000억원 유상증자 자진철회, 법원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 등으로 분쟁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 '상호주 제한'으로 영풍의 지분율 25%를 봉쇄하면서 경영권을 지켜냈다.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19인 상한 설정 등의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경영권 분쟁의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해를 넘긴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지속됐고, 사법리스크 장기화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양측 분쟁이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치닫고 있는 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점도 고려아연에겐 부담스런 요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지분율 경쟁 등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보니 MBK파트너스 측에 먼저 협상을 제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쟁 장기화로 인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와중에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안건들이 모두 통과한 만큼 이를 앞세워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먼저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MBK파트너스의 반응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대타협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박 사장은 "MBK파트너스의 진지한 고민과 검토를 요청한다"며 "이와 관련해 더욱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언제든 만들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