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MBK와 영풍에 화해를 청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약 5개월간의 경영권 방어 국면에서 벗어나 공세로 전환한다.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MBK·영풍의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공세를 막아내고 역공을 한다는 계획이다.
5일 영풍정밀은 3월 영풍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비롯해 현물 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의안으로 상정해줄 것을 영풍 측에 요구했다.
영풍정밀은 주식회사 영풍의 총 발행주식 6만6175주(3.59%)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은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 주주제안권을 부여하고 있다. 영풍정밀은 지난 3일 이같은 내용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을 위한 주주제안의 건' 서한을 영풍 측에 전달했으며, 오는 11일까지 수용 여부를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영풍정밀 측은 "회신이 없을 경우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 등 주주로서 필요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상법 규정에 따라 정기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공고에 주주제안 내용도 함께 기재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5.1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측 52.65%와 비교하면 영풍 경영권에 당장 영향을 주지 못할 수준이다. 하지만 집중투표 도입 안건이 다음달 영풍 정기주총에 상정되면 통과 여부를 묻는 투표엔 '3% 룰'이 적용된다. 이 룰대로 집중투표 도입 안건이 다뤄지면 최 회장측이 동원 가능한 지분은 12%대인 반면 장 고문 측은 13%대가 된다. 영풍 지분 3% 이상을 들고 있는 머스트자산운용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힘을 실어준다면 최 회장 측 인사가 영풍 이사회에 진입할 기회가 열린다.
영풍정밀은 이번 주주제안의 배경으로 영풍 경영진의 최악의 경영 실적과 반복되는 환경 오염 및 안전 문제 등을 지목했다. 영풍은 지난 2021년 별도 기준 73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1080억원, 2023년 1420억원 등 적자 폭이 확대됐다.
주가하락도 지적했다. 영풍정밀은 "영풍 경영진이 그동안 설비 투자에 소극적 행태를 보여 본업인 제련사업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적자 누적으로 지난 2013년 주당 150만 원을 상회하던 주가는 올해 1월 31일 기준 주당 41만8000원까지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은 아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중금속인 카드뮴과 관련된 환경 오염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76건의 환경 법령 위반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이외에 영풍정밀은 "영풍의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영풍그룹의 동일인인 장형진 고문과 동일한 연도에 같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학연으로 인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독립성 훼손도 추가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풍 측은 현재 영풍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을 제1호 의안으로 상정해줄 것을 공식 제안했다. 더불어 현재 영풍의 영업손실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금전과 주식 외에도 기타의 재산(타사의 주식 등)으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일부변경의 건을 함께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거버넌스 문제를 거론하며 영풍 오너 일가를 비롯해 현 경영진과 분리된 독립적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에서 경영 전반에 대해 투명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감사위원 후보로는 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을 역임한 공인회계사를 추천했다. 영풍정밀은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을 통해 그간 문제됐던 충당부채 과소 산정 여부와 석포제련소 2개월 조업정지에 따른 예상 손실 규모 및 대책, 사모펀드 MBK와의 경영협력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한 공정하고 면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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