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그리고 고려아연의 운명을 가를 법적 판단이 조만간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다루고 있는 재판부는 이르면 다음주 임시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선고를 내린다. 판단에 따라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 여부가 결정된다. MBK‧영풍 혹은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게 되는 셈이다.
핵심은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상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총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 영풍정밀과 최윤범 회장 일가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SMC에 넘겨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 이에 고려아연은 상호주를 제한하는 상법에 따라 영풍 몫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임시주총을 진행, 대부분의 안건을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통과시켰다.
MBK‧영풍 측은 법정에서 "SMC는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상호주 제한이 적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 특징을 갖고 있어 상호주 제한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결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 해외 계열사에 대한 상호주 제한 전례가 없어 더더욱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재판의 향방을 읽어볼 수 있다.
먼저 재판부가 최 회장 측에 던진 질문을 곱씹어볼 만하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 심리로 열린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 측에 순환출자를 만든 매매 결정이 이뤄진 시기가 언제인지 물었다.
지난달 21일 재판부가 집중투표제 방식 이사 선임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는데 어떻게 다음날에 순환출자 공시가 이뤄졌냐는 얘기다. 전날까지 재판부에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기습적으로 지분 매매가 이뤄진 것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측의 첫 대답은 "1월22일자로 계약이 체결되고 이체가 됐다"였다. 이후 재판부의 "하루 만에 이런 이슈들도 검토하고 했느냐"는 재질문에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SMC가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신고가 필요하는 등 상호주 취득을 위한 준비 내지 검토는 그 전부터 했다"고 실토했다.
지난 5개월 동안 고려아연 측에 법률자문을 했던 김앤장이 이번 가처분 심문 전에 발을 뺐다는 점도 관심 포인트다. 김앤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시작부터 최 회장 측과 합을 맞춰왔지만 최근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번 임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 기일을 앞두고 고려아연 측 변호인단이 김앤장에서 법무법인 율촌으로 교체됐다. 이에 김앤장 소속 14명의 변호사가 변호인단 명단에서 빠지고 율촌 변호사 10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앤장에서 고려아연 사건을 주도해 왔던 고창현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퇴사하고 개인 자격으로 고려아연 측을 대리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합을 맞춰왔던 김앤장이 최 회장 측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을 두고 향후 재판 분위기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번 가처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판도가 갈린다.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의결권을 전부 인정받게 된 MBK‧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할 것이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은 당분간 지속된다. 앞으로 1주일, 희비를 가를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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