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정부당국과 여당인 국민의힘, 재계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안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내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이 상법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오는 17일 국회 본회의 상정 예정인 상법개정안은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주주들은 상법 제401조(제3자에 대한 책임)를 통해 '주주 충실의무'를 위반한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된다. 국회의 여소야대 판세를 고려하면 국회 본회의 통과는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되면 기업의 '대리인 비용' 구도는 지배주주 대 소액주주 구도로 바뀌게 된다. 기업의 핵심사업부 물적분할 후 상장(쪼개기상장) 등 경영진과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주주들이 감내해야 할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소액주주들과 기업 이사진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청사진을 그리는 기업과 달리, 국내 소액주주들이 눈 앞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여론과 소송으로 기업을 흔드는 부작용도 우려돼서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근시안적인 안목을 가진 일부 소액주주들이 활개칠 놀이터를 만들어줄 수 있다. 기업활동 위축으로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자칫하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활동 위축으로 입게 될 기업과 주주의 피해에 대해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여당과 재계의 상법개정안 반대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 우려를 표한 만큼 야당도 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쪼개기 중복 상장 등 경영효율화를 표방한 주주가치 훼손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기업이 소액이나마 투자한 주주들에게 합리적인 경영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마땅한 도리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겐 부적절한 논리로 억지 부리는 일부 소액주주의 성화가 필요 이상의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것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분명한 현실이다.

기업의 책임이 무거워지면 소액주주의 책임도 분명해져야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 자신이다. 타인이 등 떠밀며 투자를 권유한 것이 아니다. 정부여당과 재계의 우려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는 각자 주어진 자유와 권한만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사에게 부여할 주주 충실의무도 이런 관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미 거대 야당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보유 중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법으로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힘은 막강하다. 큰 힘을 가진 그들이 보다 신중히 상법개정안을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