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푸른 뱀(청사)의 해'라고도 한다.
어느 때부터 신년이 되면 해당 연도의 12간지 띠에 색깔을 붙여 칭하는 일이 자연스러워 졌다. 천간(10간)에 12간지를 순서대로 조합해 연도를 구분하던 방식은 이제 흑호의 해, 청룡의 해 등 천간을 색이 대체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방식이 됐다.
천간은 각각 오행과 연결돼 있는데 오행은 또 특정 색깔과 관련이 있다. 오행 별 색깔이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니 해당 연도의 분위기나 특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더 흥미롭게 여겨진 것 같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내던져진 사람들로선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통제하고자 하는 심리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 해의 운세와 에너지를 상징하다 보니 특정 기운과 관련한 행운과 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사의 해'는 지혜와 재생, 변화를 상징하는 뱀과 희망과 성장을 뜻하는 청색이 결합된 해로, 새로운 시작과 성장의 기운이 가득한 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해 말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 같이 "내년이 제일 힘들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대선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국내 정치 불안 등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는 금리와 환율, 무역 등 경제 전반으로 꽤나 멀리, 꽤나 곳곳에 너울쳤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재점검,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도, 2025년 임원 인사에서 '재무통'들이 최고경영자(CEO) 등 요직에 전진 배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적극적인 투자 등으로 자본적 지출을 늘리기보다 타이트한 비용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전형적인 불황 나기를 대비한 모습이다.
아마 대부분 기업들 신년사의 공통된 키워드도 '위기'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지만, 올해는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경영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응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딜사이트에서도 '을사년 CEO 포부'라는 기획기사를 작성했다. 새롭게 기업을 이끌게 된 CEO들을 응원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CEO들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다시 '푸른 뱀'으로 돌아가 보자. '푸른 뱀'은 지혜와 판단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단호한 결정을 짓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불확실성은 이제 기업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고도 한다. 시국이 하수상할 땐 역시 명민한 리더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분명히 많은 위기에 맞닥뜨릴 것이다.
'록키 발보아'라는 영화에서 록키는 "얼마나 세게 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게 맞고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견디고 극복한다면 뱀이 탈피를 통해 성장을 이루듯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이뤄내는 CEO로 이름을 남기지 않을까. 아무쪼록 푸른 뱀의 해, 각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푸른 뱀의 지혜와 판단력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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