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오너일가 3세인 장세환 영풍 부회장이 다시 KZ트레이딩(옛 서린상사) 경영권을 맡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영풍이 발표한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밸류업 방안에서 KZ트레이딩을 통한 영풍과의 공동판매 관계를 회복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장 부회장이 KZ트레이딩 대표이사를 맡았던 당시 실적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이에 경영권을 다시 찾아온 후 조직 재정비 등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경험이 있는 장 부회장에게 다시 KZ트레이딩 대표를 쥐어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KZ트레이딩은 고려아연의 종속회사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종합비철금속을 전문으로 수출하는 무역회사로 그동안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호주 자회사 썬메탈, 영풍 석포제련소 등이 생산하는 각종 비철금속의 수출·판매 및 물류 업무를 맡았다.
아울러 고려아연과 영풍의 우호를 상징하는 계열사 역할도 했다. 고려아연 측 지분율이 66.7%로 최대 주주지만 나머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풍 장씨 일가가 경영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고려아연이 KZ트레이딩 경영권을 법적 분쟁을 통해 가져오면서 두 회사의 우호 관계는 완전히 깨지게 됐다. 당시 대표였던 영풍의 오너 3세 장세환 부회장은 KZ트레이딩 대표직을 사임했다. 이후 비주력 계열사인 영풍이앤이로 이동하며 부회장직을 달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면 다시 장세환 부회장에게 KZ트레이딩을 쥐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이 지난 2일 발표한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밸류업 방안'에서 KZ트레이딩에게 다시 공동 판매를 맡긴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KZ트레이딩 대표를 맡았을 당시 우수한 실적을 낸 장세환 부회장에게 다시 KZ트레이딩 대표를 쥐어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향후 경영권을 되찾아 온다면 조직 재정비 등 회사 기반을 다시 다져야 하는 만큼 경험이 있는 장 부회장이 다시 KZ트레이딩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지 않겠냐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영풍은 해당 밸류업 방안에서 "KZ트레이딩을 통한 영풍과의 공동판매 관계를 회복해 고객 대상 판매 협상력을 높이고 생산 현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매 수량 대응 및 운반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적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이 끝난 다음 회사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 경영권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비주력 계열사인 영풍이앤씨 부회장만을 맡고 있는 장 부회장을 KZ트레이딩의 대표로 올려 고려아연과 영풍으로부터 나오는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KZ트레이딩은 지난 5년(2019년~2023년)간 총 76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다. 향후 회사 외형을 더 키운다면 더 많은 이득을 낼 것으로 보인다. 즉 장씨 일가 측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포기하지만, 장세환 부회장에게 고려아연과 영풍의 무역회사 역할을 하는 KZ트레이딩을 안겨 확실한 이득을 보장함과 동시에 사임한 회사 대표에 다시 부임시켜 명예까지 챙겨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 속에서 KZ트레이딩이 옛날보다 잘 안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KZ트레이딩의 회복과 제련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밸류업 방안을 공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세환 부회장이 다시 대표를 맡는 것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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