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오너 2세인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가 명실상부한 대권주자 입지를 굳혔지만, 경영 능력에 붙은 의문부호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모습이다. 수입차 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정작 수익 방어에는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 권혁민 부회장 승진 배경엔 '매출 2조 시대' 개막…주주가치 제고 약속
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은 지난달 28일 권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 부친인 권오수 회장이 아직 그룹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미등기 임원인 만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상징적인 존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룹은 권 부회장의 승진 배경 중 하나로 도이치모터스가 지난해 창사 최대 매출을 기록한 점을 거론했다. 실제로 도이치모터스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 2조19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12.2% 증가한 숫자다. 도이치모터스가 2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을 올린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역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도이치모터스는 올해도 연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5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가량 감소했지만, 통상 4분기가 완성차 업계의 전통적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은 "국내외 전반에 걸친 충분한 외연 확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금 지급 등을 추진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승진 소감을 밝혔다.
◆ 매출 대비되는 수익성 훼손…현금자산 감소·더딘 재고 소진
문제는 도이치모터스 수익성이 외형 성장에 반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72.5% 급감한 29억원에 그쳤는데, 딜러사 간 할인 경쟁 심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여파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4.9% 축소된 144억원이었다. 특히 순이익은 3분기 손실로 전환하면서 누적 기준 마이너스(-) 73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모터스가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에도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신사업 확장에 따라 현금성자산은 줄어드는데, 저조한 신차 판매로 재고자산이 늘어난 점이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도이치모터스는 현금창출력이 약해지면서 각종 재무 지표가 악화됐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7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 축소됐다. 안 그래도 순손실을 기록 중인데, 이자 비용 증가와 투자 지속 등으로 현금 유출이 빨라진 결과다.
이 기간 도이치모터스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어든 366억원을 기록했다. OCF는 EBTIDA에서 이자·법인세·운전자본 등의 항목을 제외한 값으로, 해당 항목이 줄었다는 것은 수입차 판매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NCF·FCF 적자 확대, 이익체력 축적 필요성…환원 규모 '관심'
더욱 심각한 부분은 따로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과 잉여현금흐름(FCF) 적자폭이 커졌다. NCF는 지난해 3분기 말 마이너스(-) 351억원에서 올 3분기 말 -677억원이 됐고, FCF의 경우 약 500억원 가량 적자가 쌓이면서 -1308억원으로 집계됐다.
NCF 적자가 확대된 일차적인 요인으로는 재고자산(판매를 목적으로 보유 중인 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도이치모터스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3.7%포인트(p) 하락한 11.5%였으며, 재고자산회전일은 24일에서 32일로 약 8일 정도 늘어났다.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재고자산회전율은 비율이 낮을수록 재고 소진이 더딘 것으로 분석한다. 재고자산회전일은 재고를 현금으로 회수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다. 다만 FCF 적자가 1000억원을 넘긴 배경에는 여윳돈이 없는 상황임에도 자본적지출(CAPEX) 항목으로 48.7% 늘어난 516억원을, 배당금으로 116억원을 각각 지출한 점이 이유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권 부회장이 약속한 주주환원 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무적 체력을 높이려면 현금을 비축해 둬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이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에 도이치모터스가 최소한의 주주환원으로 현금 유출을 방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도이치모터스는 올 초 밝힌 3개년(2024~2026년 사업연도) 주주가치 제고책에 따라 최소 배당금을 370원으로 책정했다. 또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의 경우 주주환원율이 연결 순이익의 50%을 충족할 때까지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현재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시된 내용 외에는 답변이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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