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이제 한류는 단순히 대중문화를 넘어 국내 문화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외로 전파되고 외국인들은 이에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영문표기법인 Korea(코리아)의 앞 글자를 딴 K-음식, K패션, K-음악, K-관광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관광 수요와는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770만명으로 이 기간 해외로 나간 내국인 1400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관광수지 적자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65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2018년 이후 6년 동안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정부는 현 추세대로라면 작년 99억달러였던 관광수지 적자가 연말 129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근 여행플랫폼기업 임원과 함께 한 자리에서 그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어려움으로 미흡한 인프라를 지적했다. 어쩌면 한국의 수도권 과밀화가 관광산업을 위축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 방문하는 외국인의 경우 부산, 경주, 강릉,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되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 중인 한국여행 서적들은 수도권 관광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 나머지 지역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수도권만 벗어나면 외국인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교통망과 불친절한 표지판들, 부족한 숙박시설 등 역시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문화유산와 토착음식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치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마디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오지(奧地)인 것이다.
비단 이웃국가인 일본이 지방 소도시까지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건 각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마케팅과 함께 편리한 교통망, 다국어로 된 표지판 등 정부 주도로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인 결과다.
국내의 경우 한국관광공사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실상은 지방자치단체에 떠맡긴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유기적인 인프라 개발과 정비를 하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힘과 역량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내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과 IT산업 등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제 회복의 해법을 관광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류 열풍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더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건 정부의 미흡한 대응력이 비판의 도마에 올라야 할 사안이다.
결국 작금의 국내 경제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인 관광을 소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관광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노력에 집중해주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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