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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후폭풍…'개척자' MBK에 가혹한 시선
김규희 기자
2024.11.12 08:46:10
정성평가 '낙제점', 출자사업 연일 '고배'…자본시장서 의견 분분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가 국내 기관투자자(LP) 출자사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정량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PE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싶은 LP들의 입장이 이해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전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행동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이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mbk파트너스.jpg

◆ 정량평가는 고득점, 정성평가는 '낙제점'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과학기술인공제회 출자사업에 이어 노란우산공제회 출자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MBK가 국내를 넘어 동북아 최대 운용사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그 배경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가 정량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평판 등 숫자가 아닌 다른 요소가 개입되는 정성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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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국내에서 누적되어 온 평판 등 정성적 요소가 반영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MBK는 그동안 국내 LP보다 해외 LP를 우선시해 왔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캘리포니아 교직원 퇴직연금, 플로리다 퇴직연금, 뉴욕주 공무원퇴직연금 등 글로벌 LP가 MBK의 앵커LP였다.


해외에서도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보니 국내 LP들에겐 아예 출자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서 국내 LP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그러던 중 MBK는 지난해 6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과정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투자를 지속해 온 MBK 행보에 부담을 느낀 미국의 LP들이 출자금을 크게 줄인 탓이다. MBK는 뒤늦게 국내 LP들에 손을 내밀어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이미 상처받은 기관들은 MBK의 손을 잡지 않았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LP들은 성과보수를 받지 못하는 만큼 어떻게든 리스크를 안고 가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 아무리 정량평가에서 고득점을 하더라도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GP에게는 출자하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LP는 안정주의 성향이 더욱 짙다.


국내 LP들을 잘 아는 PE들은 MBK의 탈락을 '뻔한 결말'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이슈로 정치권과 금융감독원에 엮여있는 MBK에 국내 LP들이 자금을 대줄 리가 만무하다는 입장이다.


한 PE 관계자는 "LP들 사이에서 MBK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출자금이 국내 기업의 적대적 M&A에 쓰일 수 있다는 인식까지 더해졌으니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했다.

    

◆ "정성평가 지나치게 가혹" 시선도…미국선 행동주의 득세


일각에서는 MBK를 향한 시선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도적으로 LP에 손실을 입혔다거나 위법을 저지르는 등 특별한 리스크를 지우지 않았는데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불필요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출자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MBK가 '적대적 M&A' 전략을 펼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자본시장은 궤도에 오른 이후 딜 발굴(소싱)이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다. 금리까지 올라 단순 바이아웃으로는 LP가 요구하는 이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한데 MBK가 미국에서 최근 득세하고 있는 '적대적 M&A'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받은 국내 기업은 77곳인 반면 미국 기업은 7배 이상 많은 550곳이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적대적 M&A'가 사모펀드의 새로운 전략으로 받아들여진 만큼 국내 자본시장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PE업계에서는 MBK가 최대주주와의 연합 그리고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명분이 있다고 주장한다. 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장형진 고문 일가와 손을 맞잡았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부채 증가 및 수익성 약화 등을 이유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MBK측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부채 규모는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2019년엔 410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엔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연결 영업이익률은 12%에서 지난해 6.8%로 5.2%p 하락했다. 순현금 규모는 2019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말 마이너스(-) 440억원으로 순부채 전환할 예정이다.


한 PE 관계자는 "국내 출자사업에서 정성평가가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이번 고려아연 사례를 통해 기업들의 거버넌스 개선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가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시장 분위기는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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