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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달' 디딤펀드, 차별화·마케팅 효과 '의문'
이규연 기자
2024.10.28 07:00:52
리뉴얼 상품 기존과 대동소이, 회사별 차이도 없어…새 상품 초기 흥행도 부진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유석(오른쪽 세 번째) 금융투자협회장 및 디딤펀드 상품을 내놓은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디딤펀드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BF(밸런스드펀드)형 연금상품 '디딤펀드'가 출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부진한 모습이다. BF는 펀드 설정 초기에 결정한 투자자 위험성향에 맞춰 주식 등의 위험자산과 채권 등의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펀드를 말한다. 


디딤펀드는 출시 전부터 기존 상품과 차별화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막상 출시 후에도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 브랜드라는 점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 역시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25곳이 출시한 디딤펀드 상품 25종의 설정액 합산치는 23일 기준 104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대신자산운용(22일)을 제외한 24곳이 지난달 25일 디딤펀드를 동시에 내놓은 점을 고려하면 나름의 성과처럼 보인다.


다만 개중 10종은 기존에 이미 운용하던 펀드를 디딤펀드 요건에 맞도록 약간 다듬은 이른바 '리뉴얼' 상품이다. 디딤펀드는 상품 이름에 '디딤'이 들어가고 전체 투자자산별 비중을 주식 50%, 투자부적격채권 30% 미만으로 각각 제한하는 등의 요건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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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디딤펀드 10종의 설정액 합산치는 23일 기준 813억원으로 집계됐다. 리뉴얼 전에도 운용됐던 펀드인 만큼 기존에 쌓인 설정액이 대부분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펀드들의 투자종목 및 투자전략이 리뉴얼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신한자산운용의 기존 상품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은 본래 ETF(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한 다른 펀드와 단기대출 및 예금 등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그런데 디딤펀드로 리뉴얼되면서 이름이 '신한디딤글로벌EMP'로 바뀌고 투자대상에 개별종목 주식이 추가됐다.


다만 투자전략은 거의 비슷하다. 신한디딤글로벌EMP는 신한TRF성장형OCIO솔루션과 마찬가지로 ETF를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았다. 다양한 자산군 대상의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점도 같다. 디딤펀드가 되면서 '주기적 자산배분 비중 조정'이 명시된 점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리뉴얼 디딤펀드 상품 역시 대체로 대동소이한 형편이다. TDF(타깃데이트펀드) 상품을 BF인 디딤펀드로 리뉴얼한 대신자산운용 정도가 그나마 눈에 띄지만 이 상품 역시 ETF에 주로 투자하고 운용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점은 기존과 비슷하다.  


리뉴얼 디딤펀드 상품의 최근 1년간 개별 수익률은 대체로 10%를 웃도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 펀드 10종 중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상품은 2종뿐이다. 기존에도 투자자의 관심을 많이 끌었던 펀드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아가 자산운용사 25곳이 각각 1종씩 내놓은 디딤펀드 상품의 차별화 여부도 의문이 남는다. 예를 들어 디딤펀드 25종 중 ETF를 주력으로 분산투자하는 EMP(ETF 자문 포트폴리오) 펀드가 7종을 차지했다. 투자전략이 서로 크게 다르기 힘든 상황이다.


서로 다른 자산운용사 디딤펀드 설명에서 'AI(인공지능)'를 공통으로 언급한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로보 어드바이저'를 앞세웠고 하나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도 AI 활용을 자사 디딤펀드 상품의 주요 특징으로 소개했다. 


물론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의 공동 브랜드라는 장점이 있다. 마케팅을 통해 새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디딤펀드 요건 중 이름에 '디딤' 포함을 넣은 이유로 "공동 브랜드를 형성해 소비자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도 디딤펀드 마케팅에 힘을 실어왔다. 출시 전에는 '디딤펀드 슬로건‧숏폼 영상 공모전'을 진행해 홍보 활동에 쓸 문구와 영상 등을 확보했다. 상품들이 나온 뒤에는 자산운용사 23곳이 참여하는 디딤펀드 소개 '릴레이' 기자간담회를 이례적으로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활동의 실효성 역시 의문의 여지가 있다. 완전히 새로 출시된 디딤펀드 상품 15종이 지난 1개월 동안 그다지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15종의 설정액 합산치는 23일 기준 230억원 정도로 산정됐다. 


여기에는 흥국자산운용이 흥국그룹 계열사로부터 디딤펀드 초기 설정자금(시딩)으로 받은 200억원도 포함됐다. 결국 신규 디딤펀드 15종에 모인 개인투자자 자금은 30억원 수준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 5종은 개별 설정액 1억원을 밑도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선거 후보 시절 내세운 주요 공약이다. 그는 당선 이후 이 약속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1년 이상 준비한 끝에 실제 출시를 이끌어내면서 공약을 지켰다.


하나 출시 이후에도 디딤펀드가 넘어야 할 문턱은 한두 개가 아니다. 현재 디딤펀드의 판매 창구는 증권사로 한정됐고 은행권을 뚫지 못했다. 디딤펀드 상품을 퇴직연금 시장의 확대 기반인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목록에 올려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디딤펀드의 꾸준한 성과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밀어주기 위해 서 협회장은 모든 디딤펀드 상품에 같은 금액으로 일괄 가입하는 열성을 보였다. 지난 16일에는 디딤펀드를 낸 자산운용사 임원들과 함께 출범식도 열었다.


그러나 디딤펀드가 초기 부진을 보이면서 서 협회장의 고민 역시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사들의 손발이 잘 맞는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업계 안에서도 디딤펀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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