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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베이직', D램 기술력 회복 절실
김민기 기자
2024.10.17 06:12:09
②원가절감 초점 맞춘 기존 전략 수정 필요, 고객사 맞춤형 전략으로 변경해야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0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12단 적층 HBM3E 개발에 성공했다. (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게 뒤쳐진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D램 기술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D램 본딩 공정 뿐 아니라 로직 다이(die)인 10나노급 1a(4세대), 1b(5세대) D램이 제대로 된 품질이나 수율이 안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도 1a D램부터 EUV(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면서 수율과 성능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설계재검토 등 내부적으로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기존 원가절감으로 점유율을 높이던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사 맞춤형 제품 개발 전략으로 기존 영업 비즈니스 모델 수정도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연기되면서 D램의 설계 안정화부터 차근차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퀄 테스트를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연내에 HBM 퀄 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은 D램 스택의 가장 아래 위치한 로직다이의 설계와 수율,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후공정, 적층 수율도 따라줘야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라도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HBM 퀄 통과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로직다이인 1a D램에서 경쟁사 대비 전성비와 성능, 발열 등에서 밀리고 있다. 본딩 방식 또한 TC-NCF 공정을 사용하는데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 대비 제품 제작 시간과 낮은 수율 등이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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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a D램은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도입했음에도 아직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EUV는 기존 노광(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 공정인 ArF(불화아르곤) 대비 선폭 미세화에 유리하다. 또한 여러번 공정을 반복하지 않고 공정 한번에 패터닝 구현이 가능해 공정 수 축소를 통한 제조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1a D램에 적용한 EUV 레이어 수는 5개다. 파운드리에서 EUV를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사 보다 좀 더 많은 레이어 수를 적용해 원가를 더 절감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EUV를 적용하지 않거나 늦게 도입한 경쟁사들이 오히려 수율도 잘나오고 투자비도 적게 들어 원가절감에서 유리해지면서 EUV 조기 도입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경쟁사에게 점유율을 많이 넘겨주게 됐다.


삼성전자는 1b에서도 수율이 나오지 않자 결국 선폭을 늘리고 EUV 레이어 개수를 줄여 기존 1a와 동일한 5개로 만들어 다시 개발에 들어가기도 했다. 반면 뒤늦게 EUV를 도입한 하이닉스는 1a에서 레이어 1개, 1b에서 4개를 적용하며 안정적인 수율을 올렸다. 이에 삼성전자에서도 SK하이닉스와 레이어수를 맞추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HBM3E가 사실상 연내 인증이 불발되면서 HBM4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HBM4에서는 로직다이를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패키징 형태로 파운드리에서 제작하고 또 본딩 방식 역시 하이브리드 기술의 일종인 '코퍼 투 코퍼 본딩(Copper to Copper Bonding)' 기술을 도입해 TC-NCF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새로운 기술을 통한 안정성 확보로 HBM4에서는 수율을 올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신제품에 HBM4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HBM3와 HBM3E도 기존 모델에 사용하는 만큼 HBM3E의 제대로 된 퀄 통과 없이 HBM4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공정의 수율이 나오지 않았을 때 '퀀텀점프'라는 이름의 선단공정으로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더 이상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은 채로 선단 공정과 신제품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모래성 무너지듯이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기술력 회복과 더불어 그동안 원가절감과 대량 생산에 초첨을 맞춘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비즈니스 전략 수정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그동안 삼성전자에 밀려 니치 마켓 공략을 통한 고객사 맞춤형 제품을 만들다보니 HBM 시장에서 선두에 나설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과거 D램 치킨 게임으로 경쟁사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어가는 D램 산업에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싸게 많이 찍어내면 고객사들이 알아서 사간다는 마인드로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한 전략을 썼다"며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기술력이 평준화되면서 삼성의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선단공정 경쟁보다는 고객사 대응력을 강화하고 제품 품질 향상에 힘을 쏟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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