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올해 SK하이닉스의 캐펙스(Capex)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응과 충북 청주의 M15X 투자 결정으로 인해 연초 계획보다 다소 증가한 18조원 안팎이 집행될 전망이다. 이에 내년에는 HBM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투자와 용인 인프라 투자 지속 등으로 인해 올해보다 늘어난 20조원 수준의 캐펙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24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공급 계약 체결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와 레거시 제품 감소 및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와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는 소폭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고 밝혔다.
'나홀로 겨울'을 맞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캐펙스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오히려 HBM 효과로 인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PC와 스마트폰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HBM 위주의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라 범용 D램 제품 생산은 크게 늘리지 않아 과도한 공급 과잉은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투자 규모의 증가분은 대부분 인프라, R&D, 후공정에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생산 증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내년도 투자에 대해서는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검토하고 있으며,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정표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말 기준 월별 D램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월 465K(46만5000장) 수준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말 기준으로는 월 생산량이 올해보다 7만5000장 증가한 54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캐펙스 규모도 2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투자의 대부분은 M15X와 용인 인프라 건설, HBM 신제품 공급을 위한 1b나노 전환과 TSV 캐파 확보, 후공정 캐파 투자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TSV 캐파를 작년 대비 2배 이상 확보하고 있으며 HBM3E 공급 증가를 위한 1b 나노 전환도 계획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최근 고객들의 HBM3E에 대한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의 생산은 줄이고 늘어나는 HBM3E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최근 PC 모바일 수요가 둔화되면서 범용 D램 가격 하락 압박에 대 증가하고 있지만 HBM, DDR5, LPDDR5 등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는 여전히 많아 블렌디드 ASP(평균판매단가)는 개선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RAM 매출 구조는 HBM 비중이 올해 연말 4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PC와 모바일 수요 개선 지연, 중국 공급사들의 레거시 시장 진입 등 D램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DRAM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HBM 제품은 장기 계약을 통해 물량과 가격이 대부분 확정돼 있으며, 이를 반영하면 내년도 평균 HBM 가격은 HBM3E 제품 비중이 확대돼 전년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성능, 고사양 DDR5와 LPDDR5의 경우, 아직 후발 업체의 진입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객사와 공급업체들의 재고 수준은 낮은 반면, 수요는 이들 제품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캐파 확장 우려에도 후발 업체들은 기술력과 제품력 측면에서 여전히 기존 업체들과는 큰 격차가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 담당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할 수 있지만, PC와 스마트폰에서도 AI 기능의 탑재가 확대될수록 고성능, 고사양 메모리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DDR5와 LPDDR5의 경우에도, 더욱 빠른 스피드를 지원하는 제품의 개발을 통해 계속해서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년도 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도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AI 투자 확대 의지로 인해 오히려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요의 업사이드 가능성과 공급 측면에서의 다운사이드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공급보다는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담당은 "고객들이 일반 DRAM과 달리 HBM에 대해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현 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며 오히려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의 난이도 증가, 이에 따른 수율 로스, 고객 인증 여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3E 12단의 공급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HBM3E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인증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안정적으로 HBM3E 12단까지 양산이 진행되고 있다. HBM3E 12단은 내년 상반기 중 HBM3E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담당은 "내년에도 HBM 시장에서 수요를 전점해 점유율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성 측면에서도 업계 최고 특성이 확보된 만큼, 계속해서 제품 차별화를 통해 HBM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낸드플래시의 경우는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 수익성 우선 전략과 투자 최적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수익성 확보가 담보되는 제품의 공정 전환에만 캐펙스를 집행하며 투자 효율성에 집중하고 있다.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본격적인 수요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캐파 운영과 투자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담당은 "올해 뚜렷한 수요 회복세를 보이는 엔터프라이즈 SSD와 같은 고수익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초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비트 판매량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가격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어 물량 기준의 점유율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으나, 매출액 기준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