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오는 12월 KT로 흡수합병을 앞둔 빅데이터기업 KT넥스알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00% 고용 승계라는 점은 안도하지만 부서 배치와 연봉 등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모습이다. 특히 자유로운 재택근무를 더 이상 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와 KT넥스알과의 흡수합병 소식에 넥스알 내부에서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합병안을 처음 접한 구성원이 상당수인 데다 합병 완료에 필요한 기간도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충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알의 한 직원은 "몇 달 전 회사가 사옥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등의 소문은 들었지만 KT로 흡수합병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합병 이후 거취나 복지, 처우 등에 대한 내용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 사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지난달 24일 KT넥스알 지분 100%를 취득해 흡수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데이터 플랫폼 혁신과 데이터 사업 경쟁력 강화'다. KT는 내달 12일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승인안을 의결하고, 12월 26일까지 합병 관련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KT는 그룹 IT서비스 자회사인 KT DS가 보유한 KT넥스알의 지분 100%(보통주 408만주, 우선주 6만6667주)를 총 23억원에 취득했다. KT넥스알의 주당 가격은 562원으로 책정됐다.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과 구축, 운영 등 KT넥스알의 모든 사업은 KT로 이관될 예정이다.
KT넥스알은 이번 합병안에 혼란스러운 사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이미 사측은 그동안 인사팀을 중심으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합병 이유와 일정, 계획 등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수차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KT가 공개한 합병계약서에는 "합병으로 인해 존속회사인 KT는 합병기일 현재 소멸회사인 넥스알에 고용돼 있는 모든 근로자들(등기임원 제외)을 존속회사의 근로자로 승계·고용하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 지난달 기준 넥스알의 임직원 수는 110명이며, 등기임원은 1명이다.
KT가 100%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는 점은 넥스알 직원에게 안도감을 주지만 부서 배치와 연봉 등 사항이 이제 막 논의되는 만큼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특히 넥스알만의 고유 문화인 재택근무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직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KT넥스알은 KT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재택근무 제도를 시행 중인 회사로 꼽혀왔다. 넥스알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회사에 다양한 복지와 문화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직원들 만족도가 높은 문화는 재택근무"라며 자평할 정도다.
하지만 KT와 합병 이후 이 같은 수준의 재택근무를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넥스알의 한 직원은 "KT도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지만 회사 문화와 특장점으로 재택근무를 내세우는 넥스알 만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T로 소속이 바뀌면서 고용 측면에서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 계열사인 넥스알보다 KT의 연봉 수준이 더 높은 데다 계열사보다는 본사 소속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만족감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KT 관계자는 "AI 경쟁력의 원천은 데이터"라며 "그룹 내에서 데이터 전문 인력을 가장 많이 확보한 회사가 넥스알인 만큼 서로 간 경쟁력 있는 부분을 합쳐 시너지를 내자는 차원에서 이번 합병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넥스알의 전문성을 인정해 회사 직원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기로 한 것"이라며 "KT도 부서별로 재량껏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스알 직원들도 합병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