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항공사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조건부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이 딴지를 걸지 않는다면 4년 만에 '공룡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40년 가까이 경쟁 관계를 구축해 온 두 항공사의 내부적 융합이 중요하다. 이에 딜사이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진행 상황과 새로운 리더십,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이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초대형 국적항공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늦어도 오는 11월 세계 각국의 모든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물리적 결합 완료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자산총액이 50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집단 순위가 상승할 뿐 아니라 글로벌 톱10 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 기업결합 신청서 소송 없을 듯…유럽연합, 11월 초 승인 여부 통보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마지막 남은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 법무부(DOJ)로부터 기업결합 통과를 얻어낼 전망이다. 당초 미국 정부는 인수합병(M&A)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메가 빅딜'을 승인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업결합의 '승인 여부'를 명확하게 발표하는 다른 경쟁당국과 달리,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접수 받은 이후 별도 이의(소송)를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대한항공이 보잉과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 기업과의 사업적 유대 관계가 매우 깊다는 점에서 피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지난 7월 영국에서 열린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보잉과 약 30조원 규모의 항공기 5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혈맹' 수준의 조인트 벤처를 구성했을 뿐 아니라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 당시 14.9%의 지분을 취득하며 백기사로 등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제시한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요건도 충족시킨 상태다. 먼저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월3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관 받은 마지막 유럽 노선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에 공식 취항한다. 앞서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일부 노선에 대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프랑크푸르트를 포함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총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으로 넘겼다.
EC는 티웨이항공이 해당 노선들을 잘 운영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뒤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종료할 계획으로, 이르면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티웨이항공이 중단거리 노선만 다뤄본 저비용항공사(LCC)인 터라 운항 초반 일부 결함 이슈가 발생하긴 했지만, 비행 시간과 횟수가 쌓일수록 안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다른 조건이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마무리 단계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17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하며 기본합의서(MA)를 체결했다. 4700억원 규모의 해당 M&A는 EC의 매수인 심사 승인을 앞두고 있다.
◆ 연내 최대주주 등극…풍부한 유동성, 추가 자금 지원 전망
업계는 이르면 10월 말, 늦으면 11월 초께 EC와 DOJ 승인이 모두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 심사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이 단행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지분 63.9%)에 오를 계획이다. 현 최대주주인 금호건설 지분율은 30.8%에서 11.1%로 뚝 떨어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천명한 지 약 4년 만에 딜클로징(거래 종결)을 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애초부터 아시아나항공 M&A에 눈독을 들인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로의 1차 매각에 실패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되자,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이 대승적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
인수 진행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1년 간의 장고 끝에 ▲슬롯·운수권 이전 ▲운임 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등을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하지만 자국 심사가 유독 엄격하게 진행되면서 타 경쟁당국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고,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반적인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지연됐다. 그나마 엔데믹으로 전환한 지난해부터 심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4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한 상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이 발생한 사모 영구전환사채(영구CB·104회차) 3000억원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1750억원 규모의 영구CB(105회차)도 취득했다. 이보다 앞서 신주인수계약금 3000억원과 신주인수계약 중도금 4000억원도 일찍이 입금됐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금융상품 포함)은 5조2000억원으로 넉넉한 상태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항공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지 않은 자금 수혈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1506.3%였던 부채비율(연결)이 반기 만에 2625.5%로 1000%포인트(p) 넘게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나항공은 노후화된 기단을 교체해 운항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경쟁당국에는 올 상반기에 심사 자료 제출을 완료했다"며 "EC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관련 매수인 평가를 마치면 미국 경쟁당국도 심사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글로벌 순위가 10~20위 사이이며, 아시아나항공은 20~30위으로 추정된다. 양사 합병으로 기단과 슬롯, 노선, 인력 등이 2배로 늘어나면서 한자릿수 순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소속된 한진그룹 대기업집단은 올해 자산총액(39조920억원)으로 14위를 기록했는데, 아시아나항공(상반기 말 13조5000억원)을 더하면 총 52조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5월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 기준으로 12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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