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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지수' ETF, 성공 가능성 '글쎄'
이규연 기자
2024.10.01 07:00:21
국내 자산운용사 10여곳, 11월께 출시 준비…차별화 여부‧이전 실패 사례 등 변수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7일 0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전경. (제공=한국거래소)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준비 중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같은 기존 증시 대표지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관련 ETF의 차별화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외에서 밸류업 지수 ETF와 비슷한 상품이 나왔지만 성과를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한 선례도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10여곳은 오는 11월께 밸류업 지수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에 진출한 자산운용사 26곳 가운데 40%에 가까운 수가 밸류업 지수 ETF를 일시에 내놓는 셈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기초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는 '패시브 ETF'로 출시될 전망이다. 다만 몇몇 자산운용사는 기초지수를 70% 정도 추종하고 나머지는 운용역의 재량에 맡기는 '액티브 ETF' 출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업 지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단 중 하나로 한국거래소에서 만들어 24일 공개했다. 수익성과 주주환원 정책, 자본 효율성 등을 기준 삼아 선정한 국내 증시 상장기업 100곳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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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지수 ETF는 한국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밸류업 지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투자자, 특히 기관‧연기금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도 밸류업 지수 ETF 등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밸류업 지수 ETF가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밸류업 지수가 기존 국내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탓이다. 이를 고려하면 밸류업 지수 ETF가 코스피2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와 차별화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100곳은 코스피 상장기업 67곳, 코스닥 상장기업 33곳으로 구성됐다. 코스피 상장기업 67곳 중 55곳(82%)은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200곳에도 포함됐다. 코스닥 상장기업 33곳은 모두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국내 ETF 중 68종이 코스피200 지수 연관 상품이다. 이들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5조9056억원)을 비롯해 순자산총액 1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ETF도 5종이나 된다. 코스닥150 지수와 관련 있는 ETF 상품도 이미 23종이 시장에 나왔다.


밸류업 지수 ETF가 이런 국내 증시 대표지수 관련 ETF에 이미 쏠린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도 국내 주식형 ETF보다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9월25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금액 기준 상위 10위권 내 ETF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및 'KODEX 레버리지' 등 2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주식형 ETF를 개인투자자보다 더 많이 순매수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와 외국인투자자(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역시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양쪽 모두 국내 주식형 ETF가 아니었다. 


홍콩계 증권사 CLSA가 26일 '밸류다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밸류업 지수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제한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국내외에서 나왔던 비슷한 ETF 상품들이 현재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밸류업 지수 ETF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자칫 밸류업 지수 ETF 역시 출시 초기에만 '반짝'했다가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거래소는 2018년 2월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선정된 부문별 우량기업 300곳으로 구성된 'KRX300 지수'를 선보였다. 그 뒤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KRX300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ETF를 내놓았다. 


다만 6년여가 지난 현재 KRX300 지수 관련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KODEX KRX300'의 25일 기준 전체 순자산총액은 196억원에 머무른다. 일부 KRX300 지수 관련 ETF는 상장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본금 및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 상태를 6개월 동안 지속하는 바람에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일본판 밸류업 지수인 'JPX프라임 150'을 기초지수로 삼은 '아이프리 ETF JPX프라임 150' ETF는 25일 기준 전체 순자산총액 146억4000만엔(약 1343억원)으로 집계됐다. 출시 직후인 올해 1월과 비교해 순자산총액이 40%가량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아이프리 ETF JPX프라임 150의 운용자산 규모는 8월 말 기준 일본 증시에 상장된 ETF 300여종 가운데 116위에 불과하다. JPX프라임 150 지수를 따르는 전체 ETF 수도 2종뿐이다. JPX프라임 150 지수가 지난해 7월 공개된 점을 고려하면 관련 ETF 수가 적은 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수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금으로서는 밸류업 지수 ETF에 자금이 많이 유입될지 다소 의문이 든다"며 "이전에도 정부가 미는 정책에 맞춰 펀드 상품이 출시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다들 성과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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