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폭풍 속 나침반'이라는 말이 있다. 배가 폭풍과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제대로 항해하려면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한 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나침반이 '방향 제시'라는 역할을 문제없이 수행해야 폭풍 속에서도 배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상장사들과 증시를 보면 그야말로 폭풍 속 항해를 하고 있는 배다. 경기 불안 기조에 국내외 정치 상황의 격변이 겹쳐 상장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이는 곧 증시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024년 마지막 폐장일인 12월 30일 2399.49로 장을 마감했다. 2023년 말보다 255.79포인트(9.63%) 하락한 수준이다. 2024년 미국 S&P500을 비롯한 주요 해외 증시 지수가 전년대비 상승으로 마무리한 것과 대비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은 국내 증시가 혹독한 상황에서도 2025년 들어 반등의 낌새를 보인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는 7일 2492.10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5년 개장일인 2일보다 93.16포인트(3.88%) 오른 수치다.
이런 기조를 이어가려면 정부와 유관기관을 아우르는 금융당국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구체적 방법론을 따지자면 금융당국이 2024년 2월부터 추진해 왔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왔다.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목표를 담은 '밸류업 공시' 권고, 밸류업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및 이 지수 기반의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등이 그 노력이다.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는 '아직은'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 상장사 102곳이 2024년 말까지 밸류업 공시(예고공시 포함)를 했는데 이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 847곳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7일 기준 986.21로 장을 마감했다. 첫 거래가 시작된 2024년 9월 30일 대비 5.92포인트(0.59%) 떨어졌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기반 ETF 12종 역시 최근 주가가 9600~9900원대로 형성됐다. 2024년 11월 5일 상장 당시 9800~1만원대보다 낮은 수치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인 기업가치 제고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 목표에 가깝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2일 증시 개장식 축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스피 상장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2024년 자사주 매입액으로 전체 11조2611억원을 썼다는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 수단으로 평가되는 자사주 매입에 쓰인 자금이 2023년 대비 8조586억원(251.6%)이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이 국내 증시 반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나침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가리키는 기준점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실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쪽이어야 한다. 지금의 정치적 불안이 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성과를 만드는 것이 금융당국의 과제다.
이외에도 금융당국이 앞으로 진행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신뢰도 끌어올리기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 법안 재추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한두 개가 아니다.
폭풍 속 항해를 하고 있는 배와 같은 처지에 있는 국내 증시를 목표로 한 항구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이라는 방향성을 금융 당국이 변함없이 그리고 제대로 가리켜야 한다.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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