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국산 18호 신약에 등극하며 일양약품의 간판으로 자리했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토디닙)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방 규모가 점차 위축되고 있고 글로벌 임상도 온전한 성과 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슈펙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약들이 출시되며 존재감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슈펙트는 작년 상반기 국내 처방액(슈펙트100mg+200mg)이 19억원에 그쳤다. 이는 일양약품의 전체 상반기 매출 1656억원의 1.1%에 불과한 수치다. 이 회사에서 슈펙트와 함께 양대 전문의약품으로 꼽히는 항궤양제 '놀텍'이 같은 기간 21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의 12.7% 비중을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경쟁약으로 꼽히는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만 187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현재 국내 백혈병치료제 시장에서 글리벡은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 외에 글로벌 제약사 BMS의 '스프라이셀', 노바티스의 '타시그나' 등도 슈펙트와 경쟁하고 있는 약들이다. 결국 치열해진 경쟁 구도 속에서 슈펙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나아가 슈펙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좀처럼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앞서 2012년 슈펙트의 국내 품목허가 획득 이후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2013년 중국을 시작으로 2014년 튀르키예·카자흐스탄 등 6개국과 러시아·남미 등의 국가와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다만 해당 계약 건들은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수령에 차질을 빚으면서 온전한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실제 콜롬비아 '바이오파스'와의 계약 건에서는 계약금 10만달러(한화 약 1억3327만원), 러시아 '알팜'과도 계약금 100만달러(약 13억3270만원) 등으로 최초 계약금만 수령한 상태다. 특히 튀르키예의 '압디 이브라힘'과의 계약은 최초 계약금 200만달러 중 수령액은 0원으로 파악된다.
최근 진행 중인 해외 임상시험 역시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중국의 경우 2022년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뒤 현재 1년 넘게 허가 신청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는 중국 합작법인인 양주일양유한공사의 청산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양약품은 중국 법인의 해산청산 절차를 밟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20년 4월부터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임상도 성과 없이 시간만 지체되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임상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으로 허가받은 슈펙트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임상이다. 하지만 프랑스 임상은 4년째 환자를 모집 중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상 완료 예정일도 2022년 4월에서 2025년 5월로 연기됐다.
시장에서는 한 때 일양약품의 상징이었던 슈펙트가 경쟁력이 저하되며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항암제라는 특성상 안정성이 중시되면서 글로벌 빅파마가 개발한 치료제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글리벡과 그 제네릭 품목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슈펙트가 경쟁력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는 2015년 10월 국내 CML 1차 치료제 허가 승인이 완료돼 시판 중이며 현재 2차 치료제로의 적응증 추가를 위해 다국가 4개국(한국·러시아·튀르기예·우크라이나)에서 3상을 진행 중"이라며 "중국으로는 2013년 중국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로 기술수출을 완료하고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마쳤으며 시판허가신청(NDA) 제출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서도 파킨슨병 치료제로의 적응증 추가를 위해 임상 2상 IND 승인을 완료했고 현재 2상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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