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하고 있는 휴맥스네트웍스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에 맞닥뜨렸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조성하기 위해 회사는 당초 최대주주의 구주 매각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경영진들 간 회의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휴맥스네트웍스는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적격성을 판단할 때 기업지배구조를 유심히 살펴보는 만큼 논란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적절한 대안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숨어있는 최대주주는 CB 투자자
회사의 IPO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은 현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정작 숨어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맥스네트웍스의 주요 주주는 ▲수퍼히어로패턴스(80.62%) ▲휴맥스(19.38%) 등이다. 최대주주인 수퍼히어로패턴스는 임동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임동진 대표→수퍼히어로패턴스(비상장)→휴맥스네트웍스→휴맥스네트웍스 해외 자회사'로 이어지는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옥상옥 지배구조는 최상위 지배주주가 소수 지분만으로도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수퍼히어로패턴스는 2019년 12월 550억원 규모의 제1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CB의 보통주 전환 시 발행할 주식 수가 5499만 주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임동진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수(11만8000주)의 400배가 넘는다. 사채권자가 보유 CB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언제든 휴맥스네트웍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수퍼히어로패턴스의 CB 투자자는 특정 투자기관으로 알려졌다.
◆CB 이자도 지급 못하는 수퍼히어로, 자금조달 '급선무'
문제는 수퍼히어로패턴스가 CB 투자자에게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자율은 연 4%로 22억원 수준이다. 만기는 오는 12월 27일 도래한다. CB를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만기일에 액면가액의 100%를 일시 상환해야 한다.
일단 수퍼히어로패턴스는 상장 이전, CB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해 채무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에 휴맥스네트웍스로부터 빌린 자금도 상환해야 상장 추진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퍼히어로패턴스는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보유 중인 휴맥스네트웍스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CB 투자자가 상장 이전에는 보통주 전환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 상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의 존재가 확실하게 보이는 기업을 선호하는 만큼 휴맥스네트웍스는 CB 투자자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했다"면서도 "반면 CB 투자자는 상장 전까지 모습을 드러내길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구주 처분 논의를 자체적으로 멈춘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주를 매각하는 방법은 휴맥스네트웍스 내부에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눈 사안이지만 최선의 수단인지를 놓고 회사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실적 우수…신주 발행 제의엔 "NO"
휴맥스네트웍스의 구주 매각 소식에 특정 벤처캐피탈(VC)이 회사 측에 유상증자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휴맥스네트웍스의 최근 매출 실적은 매우 우수하다"면서 "그렇다보니 회사가 증자를 결정하면서까지 자금을 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진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최대주주가 아닌 기존 주주들의 지분도 줄어든다"면서 "주주들의 동의를 일일이 구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회사가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앞서 유상증자 실행을 위해 만난 VC와도 관련 논의을 멈춘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11월 설립한 휴맥스네트웍스는 유·무선 통신장비와 관련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주요 제품은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Broadband Gateway)다.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는 대용량 대역폭이 필요한 서비스를 구현해준다는 점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과 함께 주목받는 분야다. 휴맥스네트웍스는 검증된 기술과 품질을 앞세워 다수의 해외 고객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지난 1월 키움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회사는 2025년까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휴맥스네트웍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4억5111만 달러(약 6038억원)였다. 2억2615만 달러(약 3027억원)를 기록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값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00만 달러(약 112억원)에서 2203만 달러(약 295억원), 당기순이익은 -875만 달러(약 117억원)에서 1997만 달러(약 267억원)로 흑자전환했다. 영업활동 호조에 따라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22년 1109만 달러(약 148억원)에서 2023년 1447만 달러(약 194억원)로 31.0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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