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 주관실적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이 올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단 한 건의 주관실적도 올리지 못하면서 경쟁사에 뒤쳐지는 모양새다. 

최근 대형 딜(Deal) 수임에 잇따라 성공하며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지만, 연초 주관 공백이 연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들어 IPO를 한 건도 주관하지 못했다. 현재 상장 주관업무를 맡은 기업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청구한 업체도 없다. 일반적으로 예심 승인에 3~4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KB증권의 상반기 IPO 주관실적은 '0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와 함께 증권사들이 IPO 주관 경쟁에 적극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화투자증권은 10년 만에 티이엠씨(TEMC)를 상장시키며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키움증권도 2건(꿈비, 샌즈랩)을 주관했다.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아직 주관 실적이 없지만, 두 증권사가 공동 주관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곧 공모 일정을 앞두고 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KB증권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KB증권이 공모 규모 400억원을 목표로 설립한 케이비스팩24호는 지난 7~8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스팩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자금을 담당해온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불참한 점을 들어 KB증권의 세일즈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성적과 비교하면 KB증권의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회사는 지난해 초 국내 IPO 역사상 최대 공모 규모(12조7500억원)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키며 쾌조의 스타트를 했다. 하반기에는 더블유씨피(WCP) IPO를 성사시키면서 '2022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기준 IPO 대표주관 실적(3조3975억원) 1위를 달성했다.

KB증권의 부진은 IB 수익을 높이려는 증권사들의 IPO 딜 수임 경쟁이 치열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어급 기업들이 몸 사리기에 돌입하고 그간 주관실적 상위권을 유지해온 증권사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KB증권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B증권은 지난해 SK에코플랜트 경쟁 PT에 참여한 국내 증권사(NH·삼성·한국투자증권) 중 유일하게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1번가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조 단위 대어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중소형 기업 다수와 주관 계약을 체결했지만, 공모 시점은 불투명하다.

최근 KB증권이 대어급 딜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만큼, 실적 반등의 여지도 있다. 회사는 지난달 기업가치가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휴맥스모빌리티 IPO 대표 주관사 지위를 따낸 데 이어 연내상장을 목표로 하는 두산로보틱스(2조~3조원)의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됐다. 여기에 대표 주관업무를 맡은 LG CNS(5조~7조원)도 조만간 공모 일정이 구체화 될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LG CNS와 두산로보틱스 등 대형 딜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올해는 시장환경을 면밀히 살피며 중소형 딜도 다수 주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