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리벨리온과 합병을 추진 중인 사피온코리아의 재무적투자자(FI) 절반 이상이 투자금 회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벨리온의 합병비율을 소폭 상향하는 대신 합병법인의 주주 구성을 단순화하며 실리를 챙긴 것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사피온코리아의 시리즈A 투자로 참여한 투자자 절반 이상이 엑시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증권 ▲GS건설 ▲GS네오텍 ▲E1 ▲위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대보정보통신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등은 지난해 8월 총 600억원을 사피온코리아에 투자했다.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는 3325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들의 투자금 회수는 최대주주인 SK그룹과 리벨리온 주주 사이의 합의 과정에서 결정됐다. 투자사들이 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 사피온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시장에 풀려 있는 주식이 줄어든다. SK그룹 입장에선 몸집이 더 큰 리벨리온(최근 기업가치 8066억원)의 합병비율 상승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피온코리아의 다른 투자자들은 합병비율이 더 오르기 전 투자금을 회수해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평가다.
리벨리온 측 주주들은 이보다 더 높은 합병비율 책정을 원했으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최종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지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노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리벨리온 투자사 관계자는 "합병비율 자체는 여전히 불만족스럽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며 "향후 SK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가치를 보다 높이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피온은 이번 합병을 위해 최소인력을 제외한 고용승계 역시 포기한다. 모회사인 미국법인 사피온 inc은 지난 6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피온 inc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근무와 퇴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전체 직원 10여 명 가운데 절반이 퇴사했다.
합병 회사는 사피온이 존속 법인으로 남지만 경영 및 개발은 리벨리온에서 총괄한다. 이에 지난 6월 17일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회사를 떠났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류 대표의 뒤를 따랐다. 한 회사에 두 명의 기술책임자를 두기 힘든 만큼 과감히 교통정리를 하고 조직을 재편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근로자의 경우 고용승계와 관련해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피온 한국 근로자의 인원 자체가 적어 금전적 이유가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피온은 합병 후 리벨리온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합병 후 소멸되는 리벨리온이 이미 삼성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통합법인의 기업가치로는 1조1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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