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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美 사피온 FI 엑시트 여부 '예의주시'
한은비 기자
2024.09.25 09:37:09
CN 투자자들, 연내 주식 전환 여부 결정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4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이동훈 부장)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합병기일을 앞두고 SK텔레콤이 사피온 미국법인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FI가 엑시트를 단행하면 SK텔레콤은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간의 합병으로 꾀한 청사진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코리아는 전날 리벨리온과의 합병기일을 11월 1일에서 12월 1일로, 합병등기예정일자는 11월 6일에서 12월 6일로 정정했다. 두 회사 간 합의에 따른 결정이다.


양 사가 올해 말을 목표로 합병계획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깔끔한 지배구조 구성을 위해 사피온 미국법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피온코리아는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SAPEON Inc.(이하 사피온)'의 자회사다. 합병 추진 전 사피온의 주주 구성은 ▲SK텔레콤(62.5%) ▲SK하이닉스(25%) ▲SK스퀘어(12.5%) 등이었다. 이는 사피온의 FI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지분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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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은 지난해 7월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했다. 여기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들은 리드 투자자인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해 ▲GS건설 ▲GS네오텍 ▲대보정보통신 ▲하나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위벤처스 ▲E1 등이다. 이들은 당시 '컨버터블 노트(Covertible Note·조건부지분인수계약, 이하 CN)' 형태로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이는 CN은 '오픈형 전환사채(CB)'라고도 불리는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다. CN 투자자는 보유하고 있는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에쿼티)으로 바꾸거나 만기일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채권형 투자방식의 일종이나 CB와 달리 전환가액을 사전에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피온 투자자들이 에쿼티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한은 올해 말까지다. 연말까지 전환을 청구하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고 엑시트하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합병비율이 리벨리온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정해진 만큼 사피온 투자자들이 보통주 전환보다는 원금 및 이자 상환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앞서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는 지난달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합병 비율을 2.4(리벨리온):1(사피온코리아)로 결정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피온이 리벨리온에게 졌다는 시장의 평가는 사피온에 CN 투자를 한 기관들에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피온 FI가 지분을 계속 들고 있기보다는 엑시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사피온에 투자한 기관들은 자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의 엑시트 여부에 따라 SK텔레콤은 사피온의 지배구조를 분명하게 정리할 수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CN 투자로 들어온 FI를 주주로 등재하지 않는 반면 미국은 CN 투자자도 주주 명부에 포함한다"면서 "사피온의 FI가 보통주 전환이 아닌 원금 및 이자 상환으로 엑시트하면 SK그룹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사피온의 확실한 주주로 자리잡으면서 이번 합병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뿐 아니라 리벨리온 측도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사피온 FI의 엑시트를 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리벨리온 경영진이나 리벨리온 투자자 입장에서도 외부 입김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사피온 투자자들이 엑시트하는 편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어 "AI 반도체 스타트업은 개발 기간 동안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SK그룹은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는 만큼 합병법인을 자사의 계열사로 올리지 않으면서도 향후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끈을 놓치지 않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벨리온 경영진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 역시 리벨리온이 SK 계열로 엮이길 원치않는 SK텔레콤의 의중과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리벨리온 입장에서는 사피온 FI들이 보유 CN의 보통주 전환을 하지 않는 것이 경영권 장악 측면에서도 이점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다수의 주주로 남을 경우 엑시트 방안 등을 모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VC 관계자는 "최종 합병 비율에 따라 경영 주도권을 리벨리온 관계자들이 잡고 있는 만큼 SK측이 리벨리온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사피온 FI의 엑시트를 유도하도록 합병법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또 "사피온 FI가 원금과 이자 상환이 아닌 에쿼티 전환을 택한다고 해도 SK측에 나쁠 건 없다"며 "사피온 FI의 보통주 전환 시 SK그룹의 지분은 희석되기 때문에 합병법인을 자사 계열에서 분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AI 반도체 사업의 효율화만을 바라보고 진행한 거래"라면서 "현재 자사는 사피온의 최대주주로서 사피온 투자자의 원금·이자 상환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사피온에 투자한 기관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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