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가 완성차 업체 못지않은 역대급 이익 창출력을 기록하고 있다. 고마진 포트폴리오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들 타이어 업체의 올 하반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타이어 교체 주기 도래 등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완성차 평균 이익률 11.4% 상회…후방산업임에도 뛰어난 수익성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의 평균 이익률은 전년 대비 4.8%포인트(p) 높아진 13.2%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의 올 2분기 이익률이 각각 9.5%, 13.2%로 평균 11.4%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타이어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179억원과 영업이익 4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2.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9.2% 급증했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7.1%p 상승한 18.1%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금호타이어는 매출 1조1320억원과 영업이익 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와 72% 각각 증가했다. 이익률은 8.8%에서 13.9%로 5.1%p 확대됐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매출이 10.5% 늘어난 7638억원, 영업이익이 69.5% 증가한 629억원이었다. 이익률 역시 2.8%p 오른 8.2%였다.
전방산업체인 타이어 업체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후광에 가려져 비교적 주목도가 낮았다. 완성차가 많이 팔릴수록 타이어 업체들이 호실적을 내는 구조인 만큼 단가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대외 변수는 수익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 고인치·전기차용 등 고부가 비중 확대…수익성 견고
타이어 3사의 수익성이 견고해진 주된 요인으로는 고마진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완성차 생산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매출 성장폭은 크지 않았으나, 타이어 업체들은 18인치 이상 타이어와 전기차 등 프리미엄 타이어 판매 실적을 늘리며 고수익을 거뒀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올 2분기 말 기준 18인치 이상 타이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3%로 전년 동기 대비 2.8%p 성장했다.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는 2.6%p 커진 46.6%였다. 또 상반기 누계 기준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용 타이어의 판매 비중이 17%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연간 비중(15%)보다 2%p 상승했다.
한국타이어는 초고성능 차량인 '메르세데스-AMG GT 쿠페'에 벤투스 S1 evo Z를 공급 중이다. 또 미쓰비시의 동남아시아 공략용 SUV 모델 '엑스포스'와 다목적차량(MPV)인 '엑스팬더'에 각각 벤투스 프리미엄 4와 벤투스 프리미엄 3를 납품한다. 아울러 도요타그룹 상용차 브랜드 '히노'의 중형 트럭 'L시리즈'에는 중장거리용 타이어 2종을 제공 중이다.
금호타이어도 고성능 차량용 및 고수익 타이어 판매 비중이 대폭 늘었다. 당초 금호타이어는 올해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판매 비중 목표로 42%를 제시했는데, 상반기 기준 40.8%로 집계됐다. 아울러 전기차 신차용타이어(OE)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2%로 나타났다.
넥센타이어 역시 SUV와 전기차용 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가장 많은 차종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며 "교체용타이어(RE)의 경우 수요 양분화로 프리미엄 제품과 고인치 비중 확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계절적 성수기·원가 경쟁력 강화…"고수익 지속 전망"
타이어 업계의 실적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겨울용 타이어를 준비하는 3분기부터 RE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고인치 타이어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 판매 단가와 마진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각 사 해외 거점 공장의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현재 글로벌 8곳에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운영 중인 4곳의 공장 외에도 유럽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가동을 개시한 유럽 2공장의 가동률 안정화와 생산 확대가 기대된다.
대외 환경은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타이어 3사는 2021년 5월 미국으로 수출하는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가 결정되자 자료 제출과 소송으로 대응했고, 올해 2월 관세 하향 조정에 성공했다. 반덤핑 관세를 절감하는 만큼 영업이익률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추가 소송에 나선 만큼 내년 1월부터 관세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전기차용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도래한 점도 호재다. 전기차용 RE의 이익률이 30% 수준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고인치인 만큼 평균판매가격 자체가 높은 반면 투입되는 원재료비는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원자재값 부담은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고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저점을 기록한 이후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올 하반기부터 유럽산림파괴방지제도(EUDR) 준비 업체 증가와 공급 이슈 완화로 하향 안정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합성고무의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진입 장벽이 높은 고부가 타이어 시장은 고마진·고성장을 지속하며 제한된 소수 업체만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OE 부진이 이어지며 RE 증가 효과를 경감하지만,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고인치 비중 확대와 성수기 진입에 따른 믹스 개선, 볼륨 증가가 고수익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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