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직영 중고차 1위 업체인 케이카(K Car)가 롯데렌탈이라는 새로운 경쟁 상대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속내가 복잡하게 됐다. 2년째 진행 중인 새 주인 찾기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명확치 않아서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는 점에서 몸값 책정에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지배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 기업가치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 새 주인 찾기 표류 속 대기업 진출 러시, 지각변동 예고
8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오는 10월 중고차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 비즈니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기존 B2B(기업대 기업간 거래) 영역인 롯데오토옥션과는 구분된 별도의 홈페이지를 론칭 하며 리테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를 위해 최근 B2C 중고차 매매업의 첫 단추격인 조합(강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가입을 마친 상태다. 지난 10년간 롯데오토옥션을 통해 추적한 중고차 매매 노하우를 살려 비교적 단시일에 비즈니스를 안착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의 신사업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케이카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렌탈이 케이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와서다. 롯데렌탈은 직접 차량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영'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인데, 케이카는 이 분야의 1위 사업자에 해당된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차·기아와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체가 잇따라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서 또 다른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게 된 셈이다.
롯데렌탈의 등장이 케이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오는 것은 단순히 경쟁심화 때문만은 아니다. 2년째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새 주인 찾기에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케이카 최대주주(72.05%)인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지난 2022년 8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시동을 걸었지만 기업가치 간극으로 인해 현재까지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도자인 한앤코는 케이카의 몸값으로 조단위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고평가 됐다는 목소리가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 1위 포지션 위협 VS 시장 파이 확대 '엇갈린 시선'
업계에서는 롯데렌탈과 같은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이 케이카 밸류에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먼저 케이카의 시장 지배력이 낮아져 한앤코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롯데렌탈은 4년 안에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울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연간 13만대의 거래를 성사시켜야 도달 가능한 수치로 케이카의 연간 거래량(14만대)에 근접한다. 사실상 업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4년 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시장이 추정대로 20만대 가량 늘어난다 해도 케이카의 점유율 일부는 후발주자에 잠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는 반대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 진입하는 만큼 케이카의 몸값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보내진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앞날이 밝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케이카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케이카 주가가 2년 전 보다 하향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업황에 기인한 것으로 최근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을 만큼 회사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은 관련 시장의 파이를 키워 케이카와 같은 독립계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데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은 국내 중고차 시장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다 아직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열세인 규모를 확장하는 데 있어서도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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