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퀀텀온(구 에이치앤비디자인)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퀀텀온은 올해 초 우여곡절 끝에 자금조달에 성공, 급한 불을 껐으나 또다시 외부 조달을 실시하며 유동성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자립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실질 사주나 관계사에 SOS를 치는 과거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퀀텀온은 지난달 29일 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13일, 제3자배정 대상자는 정민 씨다. 이번 유상증자는 현재 진행 중인 또다른 유상증자가 거듭 연기되자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퀀텀온은 지난 5월7일 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를 결정했다. 하지만 납입일이 지속 미뤄지고 있다. 최초 납입일은 5월21일이었으나 이후 5차례 연기돼 8월 7일까지 밀렸다.
납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가 크립토케어(변경 후 지분율: 17.19%)에서 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변경 후 지분율: 22.85%)으로 바뀌게 된다. 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은 이상규 씨와 김현주 씨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개인투자조합이다.
현재 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이 퀀텀온의 실질 사주로 알려진 에이젯에셋글로벌과 어떤 관계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에이젯에셋글로벌은 작년 3월 에이치앤비디자인(현 퀀텀온)을 인수한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의 최대주주(지분 50.02%)다.
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이 퀀텀온의 관계사가 맞다면 또다시 발행 대상자만 바뀌는 돌려막기식 자금 조달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관계사가 아니라면 최대주주 변경을 감수해서라도 60억원을 급하게 조달하는 셈이 된다.
앞서 퀀텀온은 지난해 말 실질적 최대주주인 에이젯에셋글로벌을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하지만 7차례 연기됐고 올해 3월까지 납입이 밀렸다. 이에 3자배정 대상을 에이젯에셋글로벌에서 크립토케어로 변경했다. 당시 에이젯에셋글로벌은 10억원을 갚지 못해 다른 상장사로부터 코인 계좌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크립토케어는 에이젯에셋글로벌의 관계사로 파악된다. 크립토케어는 코인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며, 에이젯에셋글로벌은 온라인 경마 사업을 영위한다. 크립토케어는 김준성 퀀텀온 대표가 지분 50%를 보유한 회사다. 김 대표가 에이젯에셋글로벌 사내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일 계열사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 납입 대상자가 동일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주주도 자금난에 시달리다보니 관계사에 SOS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퀀텀온은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크립코케어를 대상자로 지정했는데 당시 대여금을 출자금으로 출자전환한 점도 눈에 띈다.
당시 유상증자 발행 대상자가 에이젯에셋글로벌에서 크립토케어로 변경됐고 이후 퀀텀온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크립토케어로부터 11차례에 걸쳐 총 50억원을 차입했다. 이 차입금을 유상증자 대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납입을 완료했다.
크립톤케어는 퀀텀온에 빌려준 50억원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자기자본이 아니라 사채 발행으로 퀀텀온에 자금 대여를 해준 셈이다.
퀀텀온이 그간 법적분쟁에 휘말린 점도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퀀텀온 채권자들은 회사에 채무 상환 등을 요구하며 올해만 수십차례 법적소송을 제기했다. 신주발행금지 및 주총개최금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파산 신청 등 법적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올해 초 퀀텀온은 크립톤케어로부터 50억원을 조달하며 급한 불은 껐으나 최근 납입일자 거듭 연기 등으로 다시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