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퀀텀온(구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재무건전성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영업적자와 순손실이 계속되면서 누적 결손금이 8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퀀텀온의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 1.2배다. 지난 2021년 -9배, 2022년 -2.9배, 2023년 -1배 등 마이너스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퀀텀온이 영업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플러스(+)로 전환시키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속 마이너스다. 2021년 -1억원, 2022년 -38억원, 지난해 -220억원으로 마이너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퀀텀온은 지난해 말부터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를 여러 차례 시도하고 있다.
1분기 연결 기준 퀀텀온의 유동자산은 826억원이다. 반면 유동부채는 1123억원이다. 1년 안에 들어올 현금보다 갚아야할 돈이 많다는 뜻이다. 유동비율은 73.6% 수준이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유동비율도 94.1%로 100%에 못 미친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퀀텀온은 지난해까지 부채비율이 831.4%에 달했다.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의 경우 각각 67.5%, 41.8%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에는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부채비율의 경우 593.4%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이는 전환사채(CB)의 보통주 전환에 따른 영향이다. 수익성 향상 등 펀더멘탈 개선이 아니라, CB의 신주 전환 덕택으로 자본잉여금이 100억원가량 증가했다.
퀀텀온은 산하에 4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 및 제작투자 사업을 하는 에이앤콘텐츠미디어, 식품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그로웰, 부동산개발 회사 에이치앤비개발, 시공사 대한종건 등이다.
특히 퀀텀온은 지난해 초 대한종건 지분 100%를 인수해 외형을 크게 키웠다. 연결 실적 반영으로 퀀텀온의 지난해 매출은 18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수익성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공능력평가 195위의 대한종건을 인수했으나 적자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한종건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849.9%으로 자본잠식에도 빠진 상태다.
퀀텀온의 순손실이 계속되다보니 잉여금도 바닥난 상태다. 2021년 309억원이었던 결손금은 올해 1분기 756억원까지 누적됐다. 긴급 수혈이 필요해 보이지만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다. 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바이오트랜스큐어2호투자조합) 관련 납입일은 이달 7일이었지만 오는 16일로 또 연기됐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또다른 2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정민 씨) 유증도 추진 중이긴 하나 납입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유증 납입일은 오는 13일이다.
퀀텀온 관계자는 "20억원 규모 유증은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60억원 규모 유증의 경우 투자조합 투자자들을 교체한 만큼 원만한 납입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유증이 완료되면 한층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