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영풍그룹 오너일가 3세인 장세환 부회장이 지주사 격인 ㈜영풍이 아닌 비주력 계열사 영풍이앤이에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이동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풍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오너십 경영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지만 재계 일각에선 장 부회장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경영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서린상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그는 영풍이앤이로 이동하면서 부회장직을 달았다. 아버지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2018년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현재 ㈜영풍과 계열사에 부회장직에 오른 임원은 장 부회장과 그의 형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부회장 두 명 뿐이다.
다만 장세환 부회장이 ㈜영풍이 아닌 영풍이앤이로 이동한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의 경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을 관리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비주력 계열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실적만 봐도 매출은 31억원, 영업이익은 2400만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 측은 일찍이 2015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현재 박영민 부사장과 배상윤 부사장이 ㈜영풍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고 있어 오너십 경영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풍의 개인 2대 주주로서 장 부회장이 권리는 누리데 책임경영은 회피하기 위해 비주력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영풍의 경우 오랜 시간 석포제련소 사망사고와 환경문제 등을 겪어오고 있단 이유에서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에서 1997년 첫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25년간 총 14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경북도의 영업정지 60일 처분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19년 특별점검을 통해 석포제련소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카드뮴 등 중금속이 외부로 일부 배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경북도는 환경부의 단속결과를 토대로 ㈜영풍이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6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사업에서 한 발 떨어져 있으면서도 법적인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등기임원 신분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하는 등기임원과 달리 미등기임원은 선임과정에서의 발생 이슈와 상법상 책임에서 자유롭다"며 "오너일가가 보수, 의사결정 등 권한만 누리면서 책임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장세환 부회장은 영풍의 지분만 가지고 있을 뿐 영풍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온 만큼 오너일가가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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