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카카오가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이자 창업자인 김범수 위원장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신아 대표 중심으로 안정화에 나선다. 김 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 공동의장을 맡은 정 대표는 인공지능(AI) 등 미래사업 추진 및 그룹 경영 쇄신 사업 전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23일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안정화 계획을 수립한 배경은 창업자인 김 위원장이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IT업계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가능성을 낮게 예상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가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와 공모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도 지난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대표 등 경영진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앞선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카카오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내부 혼란을 최소화해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CA협의체 공동의장인 정 대표가 김 위원장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계열사 운영 전반을 관리하고 그룹 경영 쇄신 작업을 추진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카카오는 연초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CA협의체 설립해 중앙집권 형태의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정 대표도 지난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없이 본업에 충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정 대표의 임무가 쉽잖을 것으로 평가 중이다. 김 위원장이 그룹 내 경영 쇄신뿐만 아니라 AI 등 혁신 기술에 대한 투자도 주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IT업계 관계자는 "정신아 대표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룹 총수의 부재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AI 혁신이 중요한 시기에 카카오가 경영상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나 의사결정이 늦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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