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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지렛대' 건설·로봇 비상장사 활용법
이솜이 기자
2024.07.08 06:20:18
⑦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합병 상장, 보스턴다이내믹스 나스닥 상장 거론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4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관식을 치른 지 오는 10월이면 4주년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리더십 체제에서 판매대수 기준 '글로벌 톱3'에 오르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품질 개선'을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체제의 경영권 승계 퍼즐을 맞추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딜사이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4 신년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비상장 계열사의 '승계 지렛대'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취득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성사되면 정 회장이 보유한 기업 지분가치가 크게 뛰어 투자 회수에도 탄력이 붙는다는 논리다.


◆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로 현대건설과 합병 상장 유력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은 11.7%(890만3270주)다.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는 현대건설로 38.6%(2933만주)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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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창구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주식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 9곳 가운데 현대글로비스(20%)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다.


기업가치도 유의미한 편이다.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방법을 적용해 계산하면 지난해 결산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는 약 2조2657억원으로 환산된다.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264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모두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 평균해 도출한 계산 값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지난 2021년 말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하면서 주식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 534만1962주가 매각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이 구주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승계 재원으로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작업은 현재까지 멈춰선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듬해 초 돌연 수요 예측 부진을 이유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이 미뤄지는 사이 건설업황이 위축되면서 추진 동력도 이전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단독 상장에 제동이 걸린 만큼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 상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은 3조53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가 더해지면 양사 합병시 기업 덩치는 훨씬 불어날 전망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우선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현대건설 지분으로 바뀌게 된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합병회사 지분을 손에 쥐는 쪽이 그룹 지배력 확보는 물론 승계 재원 확보에 이득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장기업 특성상 주식을 현금화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주요하게 언급된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관건'…"기업가치 10배 늘면 승계 재원 부담 해소"


로봇개 '스폿'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회장이 2400억원 규모의 사재를 털어 품은 야심작이다.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 인수한 바 있다. 지분 인수 비율은 ▲현대자동차 30% ▲현대모비스 20% ▲정의선 회장 20% ▲현대글로비스 10% 순이었다. 나머지 지분 20%는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자회사로 들인 후에도 지분을 늘리는 등 각별히 신경 썼다. 올 5월 말 현대차그룹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 주주는 HMG Global LLC(53.17%), 정의선 회장(21.27%), 현대글로비스(10.63%)로 구성돼 있다. HMG Global LLC는 2022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로보틱스 등 신사업 목적으로 신설한 법인이다. 당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해당 법인에 각각 보유 지분을 현물출자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넥스트 스텝으로 '나스닥 상장'으로 삼은 점과 무관하지 않다. 상장 시점으로는 오는 2025년 상반기가 유력하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기간 내 상장에 성공하면 소프트뱅크그룹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 산술 시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서면 정 회장은 2조원대에 달하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진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인수한 시기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는 약 1조2500억원으로 책정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승계시 보통 비상장사 지분을 매각하기 보다 비상장사를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현대차그룹 역시 계열사 간 합병을 하나의 방법으로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오너 일가가 비상장사 지분을 물려받거나 매각할 때에는 세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승계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상장 후 주식을 판매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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