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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타 대신 응원이 필요하다
이소영 기자
2024.06.26 07:00:20
KB금융지주·키움證 밸류업 공시···"속 빈 강정 불과" 시장 질타 맞나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근과 채찍 모습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국 증시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가 있다.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의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낮은 배당성향 등 미흡한 주주환원율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와 같이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높다는 점 등이 꼽힌다. 


실제 국내기업의 배당 성향을 해외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미국 기업의 경우 연 순이익의 97%(배당 40%, 바이백 57%) 가량을 소액 주주들과 배분하는 반면, 한국 기업의 경우 고작 17% 정도 수준 만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한국 증시의 고질병처럼 여겨진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며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내고자 나서면서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섰고, 기관투자자와 경제단체는 중소기업의 의견 청취를 위해 수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했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24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해설서 최종안을 확정했고 이어 27일, 준비가 완료된 상장 기업부터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 가치제고를 위한 계획 공시를 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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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금융주인 KB금융지주였다.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힌다. 이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초기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만큼 밸류업 예정 공시를 낸 첫 번째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주는 최근 몇 년간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3~0.4배 수준에 불과한 수치를 보이는 등 기업가치 저평가 기조도 이어졌다. 


KB금융지주를 신호탄 삼아 금융권 내 밸류업 프로그램이 조금씩 확산하는 조짐이 예상됐다. KB금융지주가 밸류업 공시 시행 첫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국내 최초 예고 공시를 낸 뒤, 곧바로 키움증권이 상장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본공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본 공시니 만큼 중기 목표로 ▲3년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 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명시됐다. 사업 부문별 투자 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금융주들이 줄줄이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낼 것이라 봤지만, 예상과 달리 키움증권 이후 최근 금융권의 기업 벨류업 공시 발표는 휴점 상태다. 이는 두 금융사가 해당 공시 이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계획', '알맹이 없는 빈 깡통' 등 시장의 질타를 받은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업계에서도 이 같은 시장의 비난에 따른 이미지 실추 문제가 발생할까 두려워 금융업계가 기업 밸류업 공시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 공시에 대해 '자율성' 보장을 강조한 만큼 특별히 서두를 이유도 없다.   


물론 시장의 질타가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올 3월 공시한 기업 가치 제고 공시와 별반 달라진 내용이 없긴 하다. 사업부문 별 투자전략인 연금사업 진출 등의 계획도 이미 지난 공시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전파됐던 내용이었다.


다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걷지 못하는 데 뛸 수 없는 것과 같다. 아직 첫 발도 떼지 않은 기업에게 그다음 단계를 예상해 계획서를 구성하라는 주문은 어찌 보면 시장의 욕심이다. 지금은 이들이 당장 내놓은 계획을 잘 이행해 나가는 지 응원과 격려의 시선으로 지켜봐줄 시간이다. 성급한 질타로 금융권의 기업가치 제고 공시 릴레이가 뚝 끊기는 사달이 나서는 안된다. 시장의 적극적인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종적으로 금융사의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 공시 참여가 금융권에 확산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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