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곰표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단기차입금 규모를 더 늘렸다. 아울러 보유한 현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금융상품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한제분이 아직까지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운데 일단 현금을 비축하며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한제분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나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매출액도 1조4415억원으로 같은 기간 5.4% 늘었다. 이는 원재료 부담은 줄어든 반면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마진 폭이 커진 부분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제분은 지난해 소맥분 등 밀가루 가격을 t당 77만7043원에서 80만6426만원으로 3.8% 인상했다. 반면 원재료 수입가격은 오히려 내려갔다. 지난해 소맥분 제조에 사용하는 원맥 수입가격은 t당 52만8868원에서 50만6090원으로 4.3% 감소했다.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현금흐름도 좋아졌다. 이 회사의 작년 잉여현금흐름은 2022년 마이너스(-) 730억원에서 지난해 1664억원으로 1년 만에 2400억원 가까이 확대됐다. 작년 말 3245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도 올해 1분기에는 4217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눈에 띄는 건 이 회사가 현금이 풍부해졌음에도 올해 1분기 단기차입을 더 확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은 1779억원으로 전년 1768억원에 대비 11억원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865억원으로 3개월 만에 61%가 늘어났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전체 차입금의존도 역시 20.6%로 전년 말 대비 3.7%포인트 확대됐다.
대한제분은 특히 외부차입으로 끌어온 현금을 자체 설비투자나 운용자금 등에 사용하지 않고 단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FVPL)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FVPL은 1년 이내 매매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유가증권이다. 그 중 대한제분은 MMF 및 해외ETF에 각각 2509억원, 401억원 등을 투자했다. 반면 시설투자 등을 위한 자본적지출은 2019년 47억원에서 ▲2020년 16억원 ▲2021년 12억원 ▲2022년 11억원 ▲2023년 13억원 등에 그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한제분이 아직까지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투자를 통한 가외수익에만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제분의 주력은 밀가루제조·판매업이다. 제분업계 구조상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보다 식품 제조기업과 거래하는 B2B(기업간거래) 사업이 주를 이룬다. 국내 제분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3강 체제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3개 기업이 국내 밀가루 시장을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대규모 투자에 대한 필요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관계자는 "제분업계 대부분이 B2B를 영위하고 있다"며 "대한제분의 경우 최근 곰표 디자인을 활용해 B2C 제품들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신제품 투자 개발이나 미래먹거리에 대해 고민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한제분과 같이 현금보유력이 큰 기업이 차입금을 늘리면서까지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다만 최근 원맥가격의 시세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안정적인 현금력을 보유하고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기차입금과 시설투자 등 회사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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