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부국장] "1950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1960년에는 비틀즈보다 유명했다. 한 때는 대통령 다음으로 힘이 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에 나온 미국 노동조합의 전설적인 지도자 지미 호파에 대한 설명이다. 이 영화는 권력에 눈이 먼 지미 호파의 몰락 과정을 통해 당시 마피아에게 장악돼 보수화되고 카르텔화 된 미국 노조의 단면을 그려낸 명작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1975년 지미 호파의 실종사건을 기점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미국민들의 시각에 변화가 생기면서 노조가 부정과 비리에 찌든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파업 중이던 항공관제사 약 1만명의 해고(영구 대체근로)를 결정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자 노조 스스로 기존 노동운동의 문제 파악과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노동총연맹(AFL-CIO)만 해도 하버드대학의 프리만 메도프 연구팀에 '노조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연구팀의 답변은 노조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공정하게 대변하는 본래적 기능을 잃고 독점적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되는 순간 미래가 없다는 경고였다. 이후 AFL-CIO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의 본질 찾기에 나섰다.
30년도 더 된 미국 노조 얘기를 꺼내든 것은 일주일 전(24일)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다.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과 에일리, YB(윤도현밴드)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행사 형태로 열렸다. 그간 국내 노동운동이 무단점거, 불법집회, 파업 등 폭력으로 점철됐던 것을 고려하면 꽤나 신선했다.
다만 대학축제를 방불케 했던 전삼노 집회 역시 여느 단체활동과 마찬가지로 정당성과 대표성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외부는 차치하더라도 내부의 공감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전삼노 집회는 당초 2000명이 참석한다고 신고됐으나 실제로는 1000여명이 모이는데 그쳤고, 이중 200명가량은 '질서유지인'으로 참석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조합원이 지난 13일 기준 2만8230명인 것을 고려하면 40명 중 1명꼴로 집회에 참석했던 셈이다.
조합원 참석이 예상보다 적었던 이유는 삼성전자 임직원 사이에서 비노조원들이 선출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대표성을 가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 들어 전삼노가 세를 크게 불리긴 했지만 전체(12만4804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7%에 불과한 만큼 조합원들조차 전체를 대변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적잖다. 아울러 단독 행보를 보여온 전삼노가 최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점도 대표성 부재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정당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난해 평균 1억20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통계청 자료 기준 같은 기간 대한민국 가계의 평균소득(6030만원) 대비 2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원의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올해 역시 노사협의를 통해 5.1%의 평균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이 회사가 현재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경영사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인상은 운명공동체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이자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삼노는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조와의 임금 협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 ▲실질적인 휴가 개선 등을 사측에 요구하며 이익관계자의 이익존중 등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은 등한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귀족노조의 앙탈이란 지적과 함께 문화행사를 표방한 전삼노의 집회가 노동운동의 본질을 망각한 채 이슈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기본방침인 전략(Strategy)과 함께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술(Tactics)이 필요하다. 현 전삼노의 행태를 보면 전략 없이 전술만 펼치고 있다. 나아가 전략이 없다 보니 강성인 민노총 금속노조를 끌어들여 정치화하려는 움직임을 내비치는 모양새다. 분명한 사실은 경기침체로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당성을 잃고 만다는 점이다. 전삼노의 현 요구는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이 회복된 이후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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