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온시스템이 9년 만에 분기배당 중단을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를 두고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가 기존 한앤컴퍼니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로 바뀌게 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현금흐름이 둔화된 한온시스템의 재정 사정을 고려한 한국타이어의 견해가 반영됐을 거라는 해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최근 공시를 내고 올해 배당정책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분기별로 지급해 오던 중간배당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으며, 결산배당도 회사 이익 등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올해 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한 경우에는 내년부터 분기배당을 재실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온시스템이 분기배당을 중단하는 것은 9년 만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4년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를 최대주주로 맞은 뒤 2년이 지난 2016년부터 분기배당을 시작했다. 주주입장에서 분기배당은 사업년도가 종결되기도 전에 3개월 마다 따박따박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한온시스템 발행주식의 50.50%(2억6956만9000주)를 보유한 한앤컴퍼니가 배당 정책 변화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선지급 성격을 가진 분기배당과 결산배당을 통해 해마다 수백억원을 한온시스템으로부터 수취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누적된 배당금 총액은 6917억원에 이른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첫 분기배당이 이뤄진 2016년에만 607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한온시스템이 당해 1분기에 주당 50원을 시작으로 2분기 50원, 3분기 50원, 결산 75원을 지급키로 하면서다.
이듬해인 2017년부터 분기별 배당금이 최대 40원 가량 증액되면서 한앤컴퍼니의 투자 수익은 더욱 쏠쏠해졌다. 한앤컴퍼니의 연간 배당금은 2017년에 822억원으로 증액된 후 ▲2018년 863억원 ▲2019년 970억원 ▲2020년 863억원 ▲2021년 970억원 ▲2022년 970억원 ▲2023년 852억원을 기록했다.
한온시스템의 배당 기조가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은 몇 달 뒤 이뤄질 최대주주 변경과 연관이 깊어보인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3일 한국타이어와 투자양해각서(MOU)를 맺고 보유 중인 한온시스템 주식의 절반 가량(1억3345만주)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분 이전이 이뤄지면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는 44.49%의 지분율(2억3748만1000주)로 한온시스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뒤이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이 새롭게 발행할 6514만4960주도 사들여 과반 이상(50.52%)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타이어는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목적인 한앤컴퍼니와 달리 한온시스템과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번 딜(Deal)을 주도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EV(전기차) 부품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 한온시스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아이온'(한국타이어)과 '보조 배터리'(한국앤컴퍼니) 여기에 '열관리 시스템'(한온시스템)으로 이어지는 EV 삼각편대를 구축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온시스템의 현금 흐름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 4년 전인 2020년만 해도 1989억원에 달했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 369억원으로 급락한 데 이어 2022년부터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배당여력을 보여주는 FCF가 악화된 것은 한온시스템이 북미 지역에 대규모 CAPEX(시설투자)를 이어온 탓이다. PEF가 아닌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한 식구가 된 한온시스템의 재정적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무리한 배당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올해는 한온시스템의 분기배당을 쉬어가자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를 한앤컴퍼니가 받아들이면서 최종적으로 양사 간에 투자양해각서가 체결된 것"이라며 "이후에도 23%의 지분율로 2대 주주로 남게 되는 한앤컴퍼니의 입장을 고려해 내년에 분기배당에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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