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새 주인을 맞은 한온시스템이 전방산업인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지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환경차 공조 시장을 선점하고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희망과 달리 신용등급과 주가는 동시에 하방압력을 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이달 8거래일 간 평균 종가는 4575원으로, 지난달 말에 이어 40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로 부터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월3일(6800원) 반짝 반등한 뒤 하루 만에 하향 곡선을 그려나갔다. 주당 1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지난해 3분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만원에 진입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5분의 1 남짓한 수준이다.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3년 사이에 급격한 하락을 맞게 된 배경으로는 공격적인 CAPEX(자본적 지출)가 지목된다. 친환경차 공조 시장을 선점하고자 관련 분야에 선제적 투자를 했지만,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온시스템 수주 물량의 대부분은 전기차 부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73% 수준이었던 신규 수주에서 전기차 비중은 ▲2020년 76% ▲2021년 81% ▲2022년 93% ▲2023년 96%로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온시스템은 지난 5년간(2019년~2023년) 미국 신공장(조지아‧테네시) 증설과 친환경차 공조부품 개발 등에 연평균 6387억원을 투입했다. 2019년 3월에는 단일 계약인 E&FP(마그나인터내셔널 유압제어사업부) 인수에 1조30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인 3318어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쓴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치차가 캐즘에 빠지면서 한온시스템이 투자 결실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한온시스템의 주요 거래처가 포진해 있는 유럽에서는 2035년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려 했지만, 이를 연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매출처인 GM은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가속이 붙지 않으면서 한온시스템의 순이익은 2019년 3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598억원으로 뒷걸음쳤다.
공격적인 CAPEX 집행은 한온시스템의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업이익을 훌쩍 넘는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등이 이뤄진 데다 매년 배당금으로 거액을 지출하게 되면서 처분가능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CAPEX-배당금)은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투자 수익 극대화가 목적인 사모펀드(한앤코)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탓에 수익의 상당액이 배당으로 빠져나간다. 2022년의 경우 950%의 배당성향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을 향한 하방압력은 주식시장 뿐 아니라 크레딧 시장에도 작용하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신용평가사 3사(한신평‧한기평‧나이스)는 일제히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Stable)에서 AA-/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 신평사는 이구동성으로 한온시스템이 단시일에 누적된 CAPEX 부담을 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수익 제고 등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 분포해 있는 2만명의 직원 가운데 5%(1000명) 정도를 감축한 것과 더불어 완성차 업체에 납품가 조정 등 비용분담을 요청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투자 효과가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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