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KB증권이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실적 경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 단위 시가총액에 도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다수 기업의 공모 일정을 예고하면서다.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리그테이블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2024년 1분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의 올해 1분기 IPO 대표주관 실적 순위는 9위다. 새해 IPO 1호 주자로 나선 우진엔텍을 상장시키며 109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실적 순위는 최하위권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IPO 대표주관 건수가 0건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무난한 출발이다.
KB증권의 실적 경쟁은 올해 2분기부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달에만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제일엠앤에스·민테크와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총 3개 기업 상장 주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IPO 준비 기업의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기대주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조선·해양산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데다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어 투자자 관심도가 높다. 공모 규모도 최대 7423억원으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12조7500억원) 이후 가장 크다. KB증권은 딜(Deal) 성사 시 2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쌓을 수 있어 상위권 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KB증권에 HD현대마린솔루션 IPO는 단순 실적 외에도 과거 더블유씨피(WCP) 상장 과정에서 훼손된 빅 딜 주관 역량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WCP는 지난 2022년 IPO 추진 당시 3조원대 시가총액을 노렸다. 하지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발목 잡히며 수요예측에 참패, 공모가를 희망밴드(8만~10만원) 하단 미만인 6만원으로 확정했다.
WCP 주가가 상장 후에도 부진하자 KB증권을 향한 투자자 불만이 잇따랐다. 여기에 환매청구권도 행사되면서 KB증권은 회사 주식 57만2538주를 떠안기도 했다. 장기 보유 끝에 약 60억원의 차익을 거뒀으나 현재 WCP 주가는 공모가 미만인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KB증권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업무능력을 재입증해야 하는 이유다.
제일엠앤에스와 민테크도 각각 2차전지 믹싱장비, 배터리 검사·진단 분야에서 우수한 사업성과 수익성을 갖춘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두 기업은 최대 2000억~3000억원대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비교하면 작지만, 실적 순위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규모다.
다만 공모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은 실적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사례가 잦아들면서 기관·개인투자자 모두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관계 당국 역시 상장 기업에 깐깐한 심사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민테크의 경우 올해 3월 증시 입성을 노렸으나 정정신고서 제출로 공모 일정이 이달로 연기된 상태다. 제일엠앤에스도 증권신고서 정정작업 제출을 준비, 수요예측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IPO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증권 관계자는 "최근 케이뱅크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 청구 예정인 10여개 딜에 집중해 올해 ECM부문 업계 1위를 달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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