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산업용 확장현실(XR) 기술 기업 버넥트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 기업공개(IPO) 일정은 7월로 미뤄졌다.
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IPO 몸값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몸값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정 신고서 제출…XR 기술 기업, 시총 1433억 도전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버넥트는 금융감독원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달 예정됐던 IPO 일정은 7월로 미뤄졌다. 버넥트는 오는 7월 10~11일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IPO를 개시할 예정이다.
버넥트는 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IPO 몸값을 낮추진 않았다. 희망 공모가격(희망밴드)을 1만1500~1만3600원으로 유지한 것이다. 희망밴드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은 1433억원이다.
몸값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게 업계 평가다. 버넥트가 적자 상태에서 기술특례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특례 상장 기업들에게 몸값 추정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다수의 기업들은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격을 소폭 하향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버넥트 입장에서는 사업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버넥트는 2016년 설립된 XR 기술 기업이다. 현재 LG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들에게 XR 솔루션을 제공하며 빠르게 매출을 늘려가고 있는 곳이다.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을 원격 제어하는 '버넥트 리모트(VIRNECT Remote)'가 주력 소프트웨어 제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버넥트는 유망한 메타버스 섹터에서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는 곳"이라며 "그간의 사업 성과와 미래 성장성을 무기로 IPO 흥행을 노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관련 투심 위축…몸값 고평가 논란 '우려'
시장에서는 버넥트가 IPO 몸값을 유지하는 강수를 둔 것이 공모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몸값 고평가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단 최근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맥스트, 스코넥 등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맥스트의 주가 부침이 두드러진다. 맥스트는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16일 종가 기준 주가는 1만720원으로 공모가(1만5000원)도 사수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버넥트가 제시한 미래 추정 순이익 자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 역시 크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앞서 경쟁사 맥스트의 경우에도 IPO 과정에서 2023년 약 82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기준으로 IPO몸값을 도출한 것이다. 하지만 맥스트는 여전히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순이익 흑자는커녕 적자 폭만 늘어난 상황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냉각돼 있는 데다, 최근 공모주 투자자들은 적자 기업에 대한 투자도 소극적인 편"이라며 "향후 몸값 논란까지 직면할 경우 IPO 흥행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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