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올 8월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두고 가상자산 업계의 반발이 본격화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나 개인지갑과의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를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보고 대상으로 보는 조항을 두고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규제로인해 기업 활동반경 및 자산거래 규모 자체를 크게 축소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가상자산 2단계법'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 속 업계를 향한 규제·견제만 늘어나는 상황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가상자산 업계간 특금법 관련 논의·조율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장외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최근 특금법 개정안을 두고 가상자산사업자 27개사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에 명시된 기준과 의무가 현장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 3월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금융거래 과정에서 자금세탁 등 부정행위 전반을 방지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구체적으로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과의 1000만원 이상 거래 대상 의심거래보고 ▲고객확인 검증 ▲100만원 미만 소액거래 트래블룰 적용 확대 등 의무 전반이 강화됐다.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가상자산 산업에서 투명성 및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친 뒤 올 7월 내 개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13일 개정안 세부사항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끝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거래·사업자 규제 강화에…"경영·거래 마비"
소통 창구가 막히자 업계에선 대규모 반발 조짐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쟁점은 의심거래 보고 범위가 '1000만원 이상'으로 제한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간 거래 규모가 1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FIU에 보고해야 한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은 특금법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받지 않는다는 이유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가상자산 거래를 자금세탁 등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이는 현행 특금법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현행 특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의심거래 보고 의무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부과한다. 반면 이번 의심거래보고 관련 조항은 명확한 기준이나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금액 기준을 앞세우고 있어 논란이 크다.
특금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1000만원 이상 거래 전체를 의심거래로 간주하는 것은 확대 해석으로도 비칠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련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법률유보원칙에 따르면 특정 대상에게 새 의무 부과하기 위해선 법률적 근거가 존재해야 한다.
이처럼 일방적인 의무 부과는 당국·기업의 실무·행정 부담만 가중시키는 처사란 목소리도 나온다. 닥사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5대 거래소의 연간 의심거래보고 건수는 기존 대비 약 85배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자금세탁 여부를 감지하는 기능 및 여력이 크게 악화하는 셈이다.
단순 보고 차원에 그치지 않고 거래분석 및 검토 등 일부 행정절차가 뒤따른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에 적용 중인 거래보고 형식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단순 행정보고 방식으로 전환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며 "1000만원 이상 거래 대부분이 의심거래보고 범주에 들어온다면 보고건수는 물론 이를 처리하려는 실무 부담도 크게 늘어 업무 마비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객확인 의무 강화에 따른 부담도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고객확인은 단순 신원 확인을 넘어 정부문서 등을 통해 정확성을 검증해야 하는 의무가 새로 부과된다. 추후 법인거래 등 자산이전 규모가 확대될 경우 보고 및 확인 절차에 따른 실무부담이 막대해질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트래블룰 확대 움직임도 뜨거운 감자다. 해당 룰은 가상자산사업자간 이뤄지는 100만원 미만 이전거래까지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간 이전거래의 60%가 100만원 미만대 규모란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자금세탁 과정에서 소액거래 부문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전거래가 트래블룰에 적용될 경우 현장에선 업무 마비가 뒤따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밖에 이번 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재무 및 신용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진입 규제를 크게 강화한다. 일례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심사 대상을 한층 확대하고,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 등 신용·재무적 요건을 추가했다.
◆제도화 불투명 속 규제 한가득…일각선 "업계 탄압 빌드업"
이를 두고 업계에선 "올해도 가상자산 제도화는 물건너 가고 규제 일색인 법안만 쏟아지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국회는 올 초 가상자산 2단계법 상정에 대폭 속도를 냈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 발행·유통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법안으로, 업계 도약에 필수 발판으로 꼽힌다.
다만 발행 주체 및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이 이어지면서 양측 공방이 장기화됐다. 이와 동시에 중동전쟁 여파 등 긴급 현안이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추후 일정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6월 지방선거 및 국회 정무위원회 변동 가능성 등 굵직한 정계 이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올해도 제도화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란 하소연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 기업 활동반경을 한층 제한하는 규제만 속속 등장하면서 업계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제도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 속 글로벌 대비 보수적인 기준을 산정하는 건 산업 성장을 저해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및 개인지갑 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보고 추가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2000달러 이상 거래 과정에서 의심 정황이 있을 경우에만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아울러 의심거래보고 의무 위반시 최대 영업정지 등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가상자산 사업자로선 관련 의무 확대로 경영·사업 불확실성을 항시 안고있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이 그동안 신뢰·투명성에 있어 아쉬운 모습을 보인 만큼 특검법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다만 실제 시장·현장과 동떨어진 조항에 대해선 재검토가 꼭 필요해 보인다. 추후 법인거래가 본격 확대되면 1000만원 이상 거래 수요가 훨씬 늘어날 것"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실무적 역량과 지배구조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경영·사업 지속 가능성과 연계돼 산업 생사를 판가름하는 문제로 발전한다"며 "무엇보다 거래규모 기준이 글로벌 대비 보수적인 점에 대해선 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국내 업계의 갈라파고스화 혹은 국내 이용자 이탈만 가속화하는 트리거가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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