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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시장 단물만 챙기는 리츠채
이소영 기자
2026.05.14 08:25:13
유동성 높은 공모채 혜택 누리며 수요예측 등 시장 검증 회피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3일 08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 수요예측은 사실상 시장 심판대에 가깝다. 기관투자가가 발행사의 재무상태와 사업 구조를 냉철하게 따져본 결과가 금리와 주문 규모라는 숫자로 치열하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내재돼 있어 투자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금리가 치솟거나 주문이 비어 미매각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발행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절차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시장의 리스크 감별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수요예측 없이 공모채를 발행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 부동산리츠(REITs) 공모채 시장이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 특례에 따라 리츠사는 일반 기업 공모채와 달리 수요예측 의무가 없다. 상당수 리츠채가 수요예측 없이 발행되는 이유다. 주관사가 소수의 기관을 상대로 미리 수요를 확인해 물량과 금리를 맞추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형식은 공모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사모와 다를 바 없다.


업계는 협소한 투자자풀(Pool)을 이유로 든다. 리츠 특유의 복잡한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기관이 적어 수요예측 실효성이 낮다는 논리다. 특히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 리츠의 경우 이런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분석이 어렵고 정보 비대칭이 클수록 오히려 시장의 공개 검증 절차가 더 절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관사와 특정 기관 간의 물밑 접촉으로 발행 조건이 정해지다 보니, 시장 전체가 참고할 객관적인 신호는 부족하다. 정상적인 수요예측을 거쳤다면 미매각이나 금리 상단 돌파 등으로 드러났을 리스크 신호가 수면 아래 갇히는 셈이다. 최근 기한이익상실(EOD) 위기 등으로 부침을 겪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높은 부채비율이나 환정산금 이슈 등으로 많은 기관이 진작 우려하던 대목이 수요예측이라는 필터를 통해 공론화됐다면 시장은 훨씬 일찍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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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사가 굳이 공모 형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모채는 발행 후 1년간 매도가 제한되고 투자자 수도 50인 미만으로 묶인다. 반면 공모채는 유통이 자유롭고 투자 접근성이 압도적이다. 결국 일부 리츠사는 유동성이라는 공모의 단물은 챙기면서 정작 시장 검증이라는 책임은 면제받고 있다.


혜택만 누리는 구조를 제도적 예외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명분은 빈약하다. 투명한 검증 절차가 자신 없다면 사모로 발행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제 리츠 채권 발행 절차도 자본시장법의 틀 안으로 온전히 편입해야 한다. 투자자가 리스크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시장 필터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리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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