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코메론'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단 1%포인트 차로 부결되며 표 대결의 향방을 가른 숨은 변수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대 주주인 '소정'의 표심이 최대주주 측과 같은 방향에 섰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코메론 정기 주주총회에서 피보나치자산운용이 제안한 차지호 사외이사 선임안이 최종 부결됐다.
주총 결과는 극적이었다. 해당 안건은 찬성표가 발행주식 총수의 40.6%에 달해 '총수 4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넘겼다. 다만 이번 안건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 의결권 과반'과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 찬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가결되는데, 실제 주총 현장 의결권 수 기준 찬성률이 49%에 그치며, 가결 요건인 과반(50%)에 단 1%포인트 차로 미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주총의 행사 주식 수는 의결권 주식의 82.85%인 744만4192주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주주제안 이슈 영향으로 소액주주 참여가 늘어나며 이례적으로 참여율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이 회계 전문가인 차지호 희래 CFO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며 공격에 나선 명분은 코메론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이다.
코메론은 줄자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년 20% 내외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다. 2025년 말 기준 자본총계 2522억원 중 이익잉여금만 2281억원에 달한다. 자본금(45억원)과 자본잉여금(200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곳간에 쌓아만 둔 구조다.
실제로 코메론은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970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TPL) 620억원 등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만 약 16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보수적 운용이 기업 가치 저평가를 고착화시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폐쇄적 자산 운용의 배경으로 견제 장치가 부족한 '가족경영 체제'를 지목한다. 현재 이사회는 창업주 강동헌 회장과 아들 강남훈 이사 등 부자(父子)가 사내이사직을 독점하고 있다. 특히 강남훈 이사는 자회사 대표를 거쳐 2013년 합병 이후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 승계 발판을 다져왔다. 사외이사 비중이 낮은 구조에서 자본 정책에 대한 외부 견제 기능이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주목할 점은 2대 주주인 '소정(지분 7.84%)'의 행보다. 표 대결 구도를 역산하면 소정의 정체가 더욱 뚜렷해진다.
강동헌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5.43%로, 주총 참석 의결권 수로 환산하면 약 43.05%에 불과하다. 단독으로는 주주제안을 막아낼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2대 주주 소정의 지분(70만 9750주)을 합산하면 총 385만 7008주로, 전체 행사 의결권의 51.39%가 된다. 기타 주주 표가 일부 분산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소정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소정이 '반대 표'를 던짐으로써 1%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강 회장에게 안겨준 셈이다.
소정은 사업보고서상 최대주주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이번 표결을 통해 사실상 최대주주 측 우호 지분 역할을 수행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피보나치자산운용 관계자는 "수년간 누적된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했으나 아깝게 부결됐다"며 "가족경영 중심의 이사회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코메론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 선임 건은 부결됐으나 내부적으로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 주주들로부터 지적받은 이사회 구성의 폐쇄성을 극복해 나가려고 한다"면서도 "추가적인 자본적 지출(CAPEX)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이사회 결정 사안이라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자본 정책 변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주주와 회사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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