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요금 인하' 취지로 추진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 정작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는 큰 체감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시간 가동되는 공정 구조상 야간 요금 인상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체계가 업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3일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에 나섰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대신 저녁 요금을 올리는 방안이다. 낮 시간대로 요금이 가장 높았던 오전 11~12시, 오후 1시~3시 구간을 중간요금으로 조정하고 화석 연료 발전 가동이 증가하는 저녁 6~9시는 중간요금에서 최대요금으로 변경한다. 정부는 오는 4월 16일부터 요금 개편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은 기업들이 낮 시간대 태양광 사용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요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2025년 전력 소비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산업용 전기를 적용받는 기업의 약 97%는 요금이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업계 모두 공정 구조 자체가 대규모 전력 투입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전력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4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산업용 전력 다소비 법인 상위 5곳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포함됐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량 2만4288기가와트시(GWh), 전기요금 3조9417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가 5797GWh, 9375억원으로 3위, LG디스플레이가 5430GWh, 8838억원으로 4위, SK하이닉스는 4221GWh, 8928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안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공장이 24시간 가동되는 구조상 야간에도 전력 사용이 지속되는 만큼 시간대별 요금 조정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생산라인이 상시 운영되고 야간 작업 비중도 높은 특성상 낮 시간대 요금 인하에 따른 절감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저녁·야간 요금 인상 부담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통상적으로 장비 설비와 유지보수 작업은 엔지니어들이 출근하는 낮에 진행되고 생산은 야간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야간 전기요금 인상이 오히려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보통 낮에 설비를 다운 시키고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낮에 클리닝 등 장비 설비 작업을 하고 라인을 재가동해 밤새도록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낮에 요금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전체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면 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기업들은 대기 전력 최소화와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사 에너지 절감 전문 조직을 중심으로 생산 설비의 전력 사용량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물동량 변동에 맞춘 설비 운영과 대기 전력 최소화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빅데이터 기반 설비 운전 효율 개선과 냉동기 스마트 제어 등 AI전환(AX)을 활용한 운영 고도화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제조 공정 개선과 부대설비 운영 최적화를 통해 전력 사용량 절감에 나서고 있다. 설비별 전력 모니터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 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불필요한 설비 가동을 줄이고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냉동기 운영 효율화와 폐열 회수 등을 통해 전력 소비 절감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기업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산업 실정에 맞는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하고 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철강 등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한 산업의 평균 전기요금 납부액은 2022년 481억5000만원에서 2024년 656억7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려면 산업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인상이 자제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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