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수출입은행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매각 카드'의 실익은 극대화됐지만, 해당 지분의 성격이 '투자'가 아닌 '자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매각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수은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급락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 받았다. 결국 해법은 시장이 아닌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주가 올라도 영향 제한적"…KAI 지분은 '투자' 아닌 '자본'
수은이 KAI 지분을 보유하게 된 배경은 수익이 아닌 자본 확충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BIS비율이 급락하자, 정부가 산업은행이 보유하던 KAI 주식 약 1조5000억원어치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수은의 자본을 보강했다. 즉 KAI 지분은 투자자산이 아니라 BIS비율을 방어하기 위한 '자본 투입'의 결과물이다.
실제 수은의 BIS비율은 2015~2016년 분기 기준 9%대까지 하락했지만, 2016~2017년 두 차례 현물출자 이후 10%대 중반까지 회복됐다. 핵심은 주가가 아니라 자본 총량 자체를 늘린 데 있었다.
또한 수은은 해당 지분을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 기준으로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상장주식은 대출자산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있어 위험가중자산(RWA)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지만 KAI 주식을 보유하는 목적이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장기 보유였기 때문이다. 이 구조 덕분에 KAI 주가가 분식회계 사태 이후 반토막을 넘어 1만원대까지 폭락했을 때도 BIS비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됐다.
실제 KAI 주가가 2017년 이후 급락하는 동안에도 수은의 BIS비율은 10.77%에서 15%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수은의 BIS비율은 2023년 말 14.47%, 2024년 말 15.35%까지 오른 상태다. 주가 변동이 자본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이 보유한 KAI 지분은 수익을 목적으로 취득했던 게 아니라 자본금으로 출자된 지분이어서 수은의 BIS비율이 걸려 있다"며 "KAI 지분 처리 문제는 정부가 현금 대신 현물로 출자해서 수은의 자본 구조를 개선한 내용으로 봐야 하며, 옛 조선사들처럼 부실기업 유입 물건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4조 차익 현실화 가능…"팔면 BIS비율 더 좋아진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KAI 주가는 올해 들어 18만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역사적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수은이 보유한 26.41% 지분(2574만여 주)에 현재 주가를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가량을 추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몸값은 5조원을 훌쩍 넘는다. 10년 전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현물출자받은 자산에서 단순 계산으로 4조원 이상의 잠재 차익이 쌓인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매각 시 파급력이다.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자산이 전환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감소하면서 BIS비율은 추가로 상승하게 된다. 특히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권에서 만약 KAI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수은의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확대하는 '레버리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즉, 지금의 KAI 지분은 '보유해도 안정적이고, 팔면 더 유리한' 이례적인 자산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 여부는 쉽게 결론 나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은 수익성이 아니라 '정책 판단'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확대 필요성 ▲방산기업 지배력 유지 ▲공적자본 성격 유지 등 세 가지 변수가 충돌한다.
결국 '돈을 벌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팔아도 되느냐'의 문제다. 수은의 최대주주가 정부(지분 76.4%)인 만큼, 민영화 또는 지분 매각은 금융 논리가 아닌 정책 결정의 영역에 속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지금 매각하면 수은의 BIS비율과 정책금융 여력이 모두 개선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를 재정경제부에서 허락해줄 것인지가 문제인데, 결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KAI 민영화 열쇠가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LIG그룹과 한화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LIG넥스원은 인수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한화시스템은 지분을 매입해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주가 흐름과 시장 반응이라면 사소하더라도 정부에서 KAI 지분 처리 문제에 관한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