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 과정서 '대주주 지분 20%' 제한이 유력시되면서 바이낸스가 고팍스 지분 구조로부터 엑시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분 67%가량을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만약 새 규제가 적용되면 40%가 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영권과 지배력 유지가 쉽지 않아 투자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한다.
일각에선 한국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들며 지분관계 유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FTX 사태에 따른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 부담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시장에서는 바이낸스가 단순 재무투자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확보를 전제로 고팍스에 진입한 만큼, 지분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잔류 유인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현지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미국 본사서 재무·사업적 의사결정에 일부 제한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외국계 대주주라는 특수성이 추후 사업자 갱신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2단계법'에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바이낸스가 고팍스 지분 전반을 매도하고 한국시장에서 엑시트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분율 제한만으로 곧장 철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경영권 확보마저 불투명해진다면 바이낸스 입장에서 엑시트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고파이 피해 상환 지지부진 속 지분율 규제 '치명타'
한 업계 관계자는 "고파이 피해액 상환이 지지부진한 상황 속 경영권마저 불투명해지면서 바이낸스로선 단기 재무 부담만 큰 폭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라며 "대대적인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미국 본사에서 사업·재무적 의사 결정에 일부 제한이 걸려있는 만큼 당장 시장 확대를 포기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바이낸스·고팍스의 대내외 상황은 점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팍스는 2022년 11월 FTX 사태 여파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출금 문제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한국시장 진출을 꾀하던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파이 채무를 책임지기로 약속하고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 지분 67%가량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바이낸스의 고팍스 투자는 단순 지분 투자라기보다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등기임원 변경을 2년여 만에 승인받으며 인수 절차를 일부 진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3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스트리미는 지난해 기준 가상자산 미지급금이 1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3% 급증했다. 문제는 비트코인 시세가 고파이 사태 당시 2만달러 수준에서 현재 6만달러대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앞서 바이낸스는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 기준으로 '동일 재화 및 수량'을 세운 점을 고려하면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재정적 부담이 급격하게 늘면서 피해 상환 속도가 크게 더뎌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연내 "고파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상환 부담을 매몰 비용으로 처리할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지속 제기된다.
당장 바이낸스 측은 '대주주 지분율 제한' 규제를 준수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시장의 빠른 기술 적응력과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고려하면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로 인해 선은 제도 변화에 맞춰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창립자인 자오창펑의 자금세탁 혐의부터 중국계 출신이란 배경까지 전방위 견제가 이어지면서 한국사업 관련 행정 절차에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전까진 새 시장·사업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이번 당국 규제가 한국시장 엑시트를 앞당기는 트리거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파이 사태 이후 기술개발 고팍스내 인력이 기존 대비 80%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앞서 바이낸스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5조원대 벌금 폭탄을 맞은 점을 고려하면 한국시장 지분율 규제나 인력 투자까지 신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긴 한층 어려워진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고파이 피해액을 일부 보상해 온 바이낸스로서도 돈만 투입하고 경영권은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라며 "아직 인수 계약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지분율 제한 규제가 시장 엑시트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팔리긴 팔릴까요…일각선 "우호지분 확보 가능성"
일각에선 "바이낸스가 고팍스와의 지분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1000억원대의 매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5위 수준의 거래소를 인수할 대형 기업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이유다.
실제 앞서 바이낸스는 2024년 FIU의 지분율 조정 요구에 따라 메가존에 지분 매각을 시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고파이 사태에 따른 피해 상환액이 지속 증가하면서 부채 승계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이 낮은 고팍스가 3년의 유예 기간을 추가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매각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팍스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이미 과거 메가존과 협상 과정에서 매각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3년의 유예기간이 더해지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며 "지분 제한으로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낸스가 자체 지분을 낮추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고팍스를 품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나마 비전을 갖고 거래소에 관심을 보이는 은행권도 직접적 지분 투자는 가로막혀 있는 등 전방위 제한이 가해지는 상황"이라며 "추후 시장에 거래소 지분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경우 고팍스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헐값 매도마저 어려운 시장 환경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팍스와 바이낸스는 추후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 과정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대응안을 찾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입장을 조심스레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관련 입법이 발의된 것도 아니고 법사위를 통과한 것도 아닌 만큼 공식적인 입장 및 계획은 내비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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