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을 2단계 입법의 핵심 과제로 검토하면서 법조계와 업계 일각을 중심으로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를 사실상 금융시장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규율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지분 제한이 이용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인지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공익 목적이 있더라도 소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은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들이 이르면 3년 안에 보유지분을 20%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고강도 규제가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등 대형거래소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고, 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시장점유율이 낮은 거래소에는 추가로 3년의 유예기간을 더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규제 옮겨와…"지분 제한 정당성 따져야"
법조계가 가장 먼저 짚는 대목은 규제의 방향이다. 거래소가 상장 심사와 거래 체결, 보관·수탁까지 함께 수행한다는 점에서 공적 성격이 있다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대주주 지분 제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보더라도 핵심은 지배력 집중 자체를 금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력이 부적절하게 행사되는 순간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논의가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의 소유분산 규제를 가상자산 거래소에 사실상 옮겨오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대체거래소가 이미 완비된 자본시장 안에서 매매 체결 기능 중심으로 설계된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상장 심사와 거래, 수탁을 한데 묶은 창업자 중심 민간 플랫폼으로 성장해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거래소'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서 동일한 규율을 적용하는 것은 산업 구조의 차이를 무시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지분' 아닌 '내부통제'…대안 규제 필요성 제기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들도 소유 구조보다 내부통제 문제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보안 취약성과 이용자 자산 보호 부실, 상장 과정의 이해상충, 장부와 실제 보유량을 대조하는 시스템 부재 등은 모두 전형적인 내부통제 실패라는 설명이다.
최근 빗썸 오지급 사태 역시 대주주 지분율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고 결국 문제는 누가 얼마나 소유하느냐보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규제의 초점도 소유 분산이 아니라 내부통제 강화와 책임 구조 정비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아울러 지분 제한이 오히려 장기 투자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컴플라이언스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보안 인프라 같은 영역은 단기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거래소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지분이 인위적으로 분산되면 단기 재무 성과에 민감한 주주 구조가 형성되고 그 결과 당장 실적에 기여하지 않는 내부통제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꺼낸 규제가 오히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기 투자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EU와 일본처럼 재무건전성, 범죄 이력, 이해상충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지배주주 변경이나 경영권 이전이 발생할 때 사전 승인제를 두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공시 강화와 시장 감시 확대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분 분산이 필요하다면 규제가 강제로 지분을 쪼개기보다 공시 강화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시장 논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2단계 입법의 핵심은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실질 지배구조의 투명성 ▲이해상충 차단 ▲고객 자산 보호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확립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지분 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기존 민간 산업에 지분 매각까지 요구할 정도라면 그만큼 강한 공익성과 불가피성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이 중요하더라도, 그 수단이 과잉이면 입법은 다시 설계돼야 한다는 얘기다.
법조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공공성을 이유로 규율을 강화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곧바로 대주주 지분 제한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며 "행위규제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처럼 덜 침해적인 대안이 있는 만큼 입법 비례성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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